미래에셋 '스페이스X' 공모주 배정 불발은 당국 규제 때문?
"日은 되고 韓은 안 됐다"…실패 원인은 '금융당국 미승인'
해외 공모주 제도 갖춘 日은 배정…규제 막힌 韓은 '미배정'
"미래에셋증권의 낙관일까, 미숙일까" 업계 논란도
해외 공모주 제도 갖춘 日은 배정…규제 막힌 韓은 '미배정'
"미래에셋증권의 낙관일까, 미숙일까" 업계 논란도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이 스페이스X IPO에서 단 한주의 공모주도 배정받지 못한 결정적 이유는 금융당국 승인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이스X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문사들이 미래에셋증권에 한국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지했으나 이부분을 지키지 않았다"며 "당초 개인투자자에 배정하기로 하면서 청약을 신청했다가 ‘사모방식’의 전문투자자로 대상을 변경한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고 공모 물량을 신청한 일본 미즈호은행은 전체 물량의 3%가량인 22억달러(약 3조3500억원)어치를 받아냈다.
자본시장법상 한국은 일반 투자자 IPO 청약 시 최소한 15영업일(약 3주) 전에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심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미국 IPO 규정에 따라 상장 일주일 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촉박한 일정을 고려해 금융당국 승인을 포기하고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방식에서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 방식으로 바꿨다. 사모 방식의 전문투자자 IPO 청약엔 별도의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자문사와의 소통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스페이스X IPO 주관사는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이지만 IPO의 일반 공모(리테일) 담당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금융당국 승인을 얻었다면 일본처럼 스페이스X 주식 물량을 배정받았을 것"이라며 "공모에서 사모 방식으로 바꾼 것도 자문사와 충분히 합의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물량 배정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어서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문사의 의도적인 '한국 패싱'은 없었다는 게 IB업계 설명이다. 한국은 스페이스X 공모주 개인투자자 배정엔 실패했지만,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는 물량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개별 회사의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IPO 유통에 대한 제도적 기반의 문제라는 것이 IB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일본처럼 국내 투자자에게 해외 공모주를 판매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1989년 도입된 ‘비상장 공모(POWL)’ 제도를 통해 해외 기업이 일본 증시에 상장하지 않더라도 일본 투자자에게 공모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법·규제·시장 인프라를 갖췄다. 일본 증권사는 보통 해외 공모주 청약 시, 공모가와 배정 물량을 빈칸으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확정된 후 정정신고서를 다시 제출해 거의 하루 이틀 내로 효력이 발생한다.
반면 한국은 공시 일정, 증권신고 절차, 시장 인프라 등의 이유로 해외 IPO를 국내 투자자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공급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한 증권사 대표는 "우리는 상장되는 모든 기업을 한국거래소, 금감원, 증권예탁원 등을 통해 필터링하고 검증하는 구조지만 미국은 상장 단계는 시장에서만 검증받고, 상장 이후에만 당국의 강한 감독을 받는 구조"라며 "스페이스X가 국내에선 해외 공모주 직접 투자 첫 사례인 만큼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적이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나치게 이번 IPO를 낙관한 측면도 문제의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장 인수단에 참여해 최대 231만4815주(약 3억1250만달러)를 신청했지만 최종 배정 과정에서 제외됐다. 국내에선 인수단 참여 증권사별 인수 비율이 사실상 사전 확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미국은 대표 주관사가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배정 물량을 결정한다.
한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약 231만 주는 미래에셋증권이 받아낸 물량이라고 오해하게 한 점도 문제"라며 "미국에선 보통 사전에 배분된 물량은 증권사가 최소한 그 정도는 책임질 수 있다는 개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 초점을 두고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이번 검사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이 공모주를 전혀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험을 사전에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는지, 관련 회사와 투자자에게 위험을 충분히 설명했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