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으로 돌아온 연출가 손상규 "인간은 왜 이타적이 되나"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바냐 삼촌'이 건넨 위로
"왜 남을 위해 움직이는가 "7월 '타인의 삶' 재연
"왜 남을 위해 움직이는가 "7월 '타인의 삶' 재연
손상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냐 삼촌'에서는 ‘그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이번 '타인의 삶' 역시 결국은 인간이 왜 타인을 위해 움직이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손상규는 오랫동안 배우로 연극 무대에 서 왔다. '오셀로' '벚꽃동산' 등 다양한 작품에서 관객과 평단의 신뢰를 쌓았다. 인물을 안에서부터 이해해 온 시선이 그의 연출 작업 곳곳에 스며 있다.
지난 5월 막을 내린 '바냐 삼촌'에서 손상규는 자신의 삶이 어긋난다고 믿는 인물들을 그려냈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은 흘러가 버렸으며, 자신이 살아온 세월은 허비됐다고 믿는 인물들이다. 손상규는 “‘그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나’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상규는 “누구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평가하며 살아가는 시대”라고 했다. 모든 것에 점수를 매기고, 타인과 비교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한다. 손상규는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은 다른 시선을 건네고 싶었다고 했다. 스스로를 조금 더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소냐의 독백은 메시지를 또렷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손상규는 “소냐가 갑자기 모든 것을 깨닫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일을 겪었다고 해서 사람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는 그 순간 소냐에게 새로운 관점이 생긴다고 봤다. 아주 먼 곳에서 자신과 삶을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다. 이는 “이 순간이 소냐에게 가끔씩 위로를 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공연을 준비하며 우주에 바냐와 소냐 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간이 먼지처럼 작은 존재라면, 지금의 실패와 고통 역시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공연 마지막 장면에선 바냐와 소냐가 자신들의 삶으로 돌아온 뒤 만들어 내는 연필 소리가 또렷이 전달됐다. 손상규는 “우리는 옆에 있는 좋은 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손상규는 이 작품의 핵심 질문으로 “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타인을 돕게 되는가”를 꼽았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은 가능하지만, 자신의 삶을 걸면서까지 행동하는 일은 흔치 않다.
손상규는 이번 공연이 초연에 비해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모든 것을 머릿 속에 있는 그대로 만들 거면 애니메이션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새로운 세계를 들여오면서 관객이 느끼는 작품의 풍성함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상규가 구현할 연극적 상상력이 또다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무대의 시공간적 제약이 연극의 힘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비가 내리지 않아도 비를 느끼게 만들 수 있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바람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타인의 삶'에는 이런 연극적 약속으로 완성된 장면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 약 30개에 가까운 장면이 빠른 리듬으로 전환되지만, 손상규는 어느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으려 했다.
손상규는 “처음 보는 분들도 지루할 틈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타인의 삶'은 7월 1일부터 9월 13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