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한국과 대만을 잇달아 방문하면서도 일본은 찾지 않자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젠슨 황이 지난 5일 대만에서 한국으로 이동하자마자 그날 밤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친밀함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젠슨 황은 이후 닷새간 머무르며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을 비롯해 주요 기업 총수와 만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차세대 AI 산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과 대만은 엔비디아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국가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생산을 TSMC에 의존하고,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공급하고 있다. 반면 일본과의 협력은 후지쓰의 AI 반도체 개발, 화낙의 AI 로봇 프로젝트 등 일부 사례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IT업계에서는 이번 ‘재팬 패싱’이 단순한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젠슨 황이 최근 방문 국가에서 강조한 것은 공급업체가 아니라 ‘AI 혁명의 공동 파트너’ 역할이기 때문이다.

과거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켰을 때 일본은 무라타제작소, TDK, 소니그룹, 키옥시아 등 부품·반도체 기업이 애플 생태계에 편입돼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았다.

니혼게이자이는 “젠슨 황이 시간을 쪼개 방문하면서 공동 혁신을 제안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기업이 일본에 얼마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과 팰런티어가 잇달아 일본을 찾았지만, 일본을 AI 개발 파트너라기보다 시스템 판매 대상인 고객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미국 IT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 증가로 ‘디지털 적자’가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