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11일 내놓은 2026회계연도 4분기(2026년 3~5월) 실적은 ‘서프라이즈’ 수준이었다. 매출 129억달러는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수치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조정 주당순이익(EPS)도 2.11달러로 같은 기간 24% 증가했다. 하지만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10% 이상 급락했다. 오라클의 ‘사상 최대 실적 기록 후 주가 급락’은 빅테크 전반으로 번지는 회계 논란과 맞닿아 있다.

◇최대 실적에도 주가 급락

빅테크 이익 절반 '장부상 숫자'…오픈AI·앤스로픽 무너지면 타격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한 뒤 빅테크 재무제표는 일반 회계 상식과 맞지 않는 사례가 많다. 손익계산서 숫자는 화려하지만 현금흐름표 및 대차대조표는 그와 엇갈리는 흐름을 보인다.

이날 시장이 오라클 실적에서 주목한 항목은 수주잔량(RPO)이었다. RPO는 수주 계약은 체결됐지만 아직 매출이 발생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오라클 RPO는 지난달 말 기준 6380억달러(약 978조원)로 1년 전 동기 대비 363% 급증했다. 일반적인 기업에서 수주잔액 증가는 미래 매출로 해석돼 주가에 호재다. 하지만 오라클은 반대였다. RPO를 이행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회사 현금흐름을 옥죌 것이라는 우려에 힘이 실렸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에 잉여현금흐름이 -237억달러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필요한 현금을 회사채와 증자로 메우고 있어서다. 지난 2월 말 기준 단기 차입 및 어음은 98억8700만달러(약 15조원), 장기 차입·어음은 1247억1800만달러(약 191조원)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오라클은 2027회계연도에 400억달러(약 61조원)를 추가 조달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 절반은 유상증자로 이뤄질 예정이다. 제이컵 본 이마케터 연구원은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가운데 설비 투자 비용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아 자금 조달 문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이상 이익’이 절반 이상

이 같은 회계상 모순은 오라클만의 일이 아니다. 아마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 순이익에서도 실제로 벌어들이지 않은 수익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투자한 비상장 AI 회사 지분의 장부상 평가이익이 반영된 데 따른 결과다.

아마존의 올해 1분기 순이익 303억달러(약 46조원) 가운데 55.4%인 168억달러(약 25조원)는 앤스로픽 지분에 대한 평가이익이었다. 알파벳도 1분기 기타수익으로 377억달러(약 57조원)를 계상했다. 대부분이 비상장 지분증권의 미실현 평가이익이다. 이 역시 대부분 앤스로픽 지분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회계 처리가 불법은 아니다. 미국 회계기준(GAAP)은 비상장 지분증권에 대해 ‘관찰할 수 있는 가격 변동’이 생기면 가치를 재측정한 뒤 손익에 반영하는 것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회계상 리스크를 높이는 부분이다. 앤스로픽이 흔들리면 여기에 투자한 빅테크의 장부상 이익 또한 영향을 받는 연결고리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로버트 윌런스 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회계 규정 변화로 2018년부터 미실현 지분평가손익이 손익계산서에 포함돼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질 수익을 평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매출채권 논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도 회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1분기 매출이 816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5% 급증했다고 밝혔다. 같은 분기 매출채권은 407억1000만달러로 불었다. 이 가운데 오픈AI, xAI 등 상위 3개 고객사 몫이 260억5000만달러(64%)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가 오픈AI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데 따른 ‘비상장 지분 장부가액’도 한 분기 만에 223억달러에서 434억달러로 약 두 배로 뛰었다. 오픈AI가 엔비디아 칩을 외상으로 사며 매출이 늘고, 오픈AI 기업가치 상승에 따라 엔비디아 자산도 늘어나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오픈AI에 대한 투자와 매출채권을 서로 차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두 항목이 연관된 것이라면 매출에서 차감하도록 하는 미국 회계기준을 근거로 한 지적이다. 투자자 마이클 버리는 “미래에는 ‘사기’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