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저리 주택 대출 확대에
소부장 인재 영입통로 좁아져
중기 급여·복지 낮은 것도 우려
"이익 낮아 성과급도 못 늘려"
삼성전자가 사내 대출 제도를 신설한 데 이어 SK하이닉스까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자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사장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인력을 영입하며 인력난을 해소해왔는데, 장기 대출 혜택이 이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반도체 대기업의 고액 성과급 지급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인력의 이탈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전닉스’ 인재 못 뽑나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임금교섭 과정에서 주택 안정 대출 제도를 신설했다.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한 뒤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1주택자는 연 1.5%의 저금리로 최대 5억원(전세 자금은 최대 3억원)을 빌릴 수 있다. 직급에 따라 한도는 차등 적용한다. 상환 방식은 10년 분할 상환 또는 3년 거치 후 10년 분할 중 선택할 수 있다.
이달 임금교섭에 들어간 SK하이닉스도 관련 제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최대 1억원 규모의 주택자금 융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협상 결과를 기준점으로 삼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인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소부장·팹리스 업계에서는 인재 영입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출 제도가 사실상 장기 근속을 유도하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대출받은 직원은 직장을 옮기기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소부장 업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임원 승진 가능성이 낮은 부장급 직원, 퇴직을 앞둔 임원 등을 영입해 기술력을 보강해왔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생산 공정을 잘 아는 실무진 인력을 영입해 고객사의 니즈와 장비의 개발·보완 방향을 정하는 식이다. 부장급 이상 임직원을 데려오면 경쟁사 대비 회사의 강점·약점을 파악할 수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기업 출신 인력을 데려와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간을 통상 2년 정도로 본다”며 “당장 올해부터 인력 공급이 끊길까봐 발을 동동 구르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압도적 성과급에 박탈감도
소부장 중소·중견 기업들이 기존 직원을 붙잡아 두는 것도 새로운 과제가 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과 복지 수준이 알려지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직원이 늘고 있어서다.
국내 반도체 협력사들은 다른 중소·중견 기업과 마찬가지로 급여와 복지 수준에서 대기업과 격차가 커 우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의 특별급여(성과급 등)는 1인당 평균 20만8000원으로 대기업(119만5000원)의 17.4% 수준에 그쳤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타 올해 1분기에만 각각 6조~7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최대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협력사들은 성과급을 대폭 늘리기가 쉽지 않다. 수익성이 이에 미치지 못해서다. 국내 대표 소부장 기업인 한미반도체와 원익IPS의 영업이익은 각각 100억원 안팎에 머물렀고, 일부 업체는 적자를 기록했다.
한 팹리스 업체 CEO는 “직원들 중 지금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 이직할 수 있는 젊은 인재가 적지 않다”며 “헤드헌터의 제안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이 늘어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