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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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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기름 끓는 소리와 함께 50대 남성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내는 재료 손질을 맡고, 배달 주문이 몰리는 저녁부터는 둘이 나란히 서서 튀기고 포장하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시작된 이 남자의 하루는 자정이 훌쩍 넘어서야 마무리된다. 배달 주문이 밀려드는 명절이면 날을 꼬박 지새운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남자의 삶은 가맹계약서에 적힌 영업시간대로 움직인 지 오래다. 한 번은 아내가 쓰러져 병원에 간 날에도 남편은 혼자 그 시간을 버텨야 했다. 가맹계약서에 적힌 영업시간을 준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사장인가, 직원인가."
그런데 이 물음은 이 남성만의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30만 개 가맹점의 점주들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독립 사업자'라는 이름의 함정

가맹점사업자는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독립 사업자다. 이 분류 하나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 주 52시간 상한도, 최저임금도, 연차휴가도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는 독립사업자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이들의 몫이 아니다.

그런데 이 '독립 사업자'는 실제로 얼마나 독립적인가. 메뉴와 식재료 공급처, 인테리어는 물론 닭의 품종과 부위, 튀김 기름의 종류, 배달 플랫폼 입점 여부 및 할인행사까지 모두 본부 지침을 따라야 하는 게 현실이다.

영업시간은 가맹계약서에 명시되어 있고, 이를 어기면 계약 갱신이 거부되거나 해지될 수 있다. 이미 점포 개설에 수천만 원을 쏟아부은 점주 입장에선 이 조건에 이의를 달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형은 사장이지만, 실질은 퇴근도 보험도 없는 직원에 가깝다.

숫자가 말하는 구조적 함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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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00만~350만 원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재료비·로열티·배달 플랫폼 수수료를 공제하면 실수령액은 이보다 낮아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2025년 기준 최저시급으로 주 40시간 아르바이트 한 명을 고용하면 월 인건비만 170만 원이 넘는다. 여기에 각종 수당까지 더하면 수익 대부분이 인건비로 사라진다. 결국 점주가 직접 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합리적' 선택이 된다. 아니 합리적인 게 아니라 실제로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계약상 영업시간은 통상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다. 준비 시간까지 더하면 하루 12시간을 넘긴다. 부부가 함께 운영하면 합산 주 140시간 이상이 일상이 된다. 근로자였다면 명백한 위법이다. '사업자'이니 법은 침묵할 뿐이다.

가맹사업법은 있지만, 노동법은 없다

가맹사업법 제12조의3은 가맹본부가 '부당하게' 영업시간을 구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이 실제로 가맹점주를 보호하는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좁다.

법이 점주에게 영업시간 단축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①오전 0시부터 6시까지의 심야 시간대에, ②직전 3개월간 매출이 비용보다 저조하여 손실이 발생한 경우로 한정된다. 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심야에 간신히 본전치기를 하고 있어도, 손실이 발생했지만 3개월이 채 되지 않아도, 적자가 아닌 저수익 상태에 머물러도 이 조항은 작동하지 않는다. 편의점과 달리 치킨집처럼 애초에 심야 24시간 영업 자체를 하지 않는 업종은 이 조항의 보호를 받을 여지도 없다.

결국 법이 보호하는 것은 일부 편의점처럼 '심야에 3개월 이상 적자를 보고 있는 가맹점'이라는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 하루 12시간의 장시간 노동 그 자체, 건강권과 휴식권 침해는 법의 시야 밖에 있다. 수천만 원을 투자한 뒤 받아든 가맹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법은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에 '자유로운 합의'가 성립했다고 보고, 그 합의의 내용이 연중무휴 12시간 노동을 강제하더라도 이를 따져 묻지 않는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구조적 모순이 있다. 가맹본부는 자신에게 유리한 법적 지위만 골라 쓴다. 영업시간을 강제할 때는 가맹계약서를 내밀며 계약상 의무를 요구하고, 노동법 적용을 피할 때는 '독립 사업자'를 내세운다. 지휘·감독의 실질은 사용자처럼 행사하면서, 그에 따르는 법적 책임은 지지 않는다. 종속적 근로를 시키면서 종속 관계는 부인하는 것이다.

결국 가맹점주의 장시간 노동은 어느 법도 들여다보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를 보호하고 가맹점주는 근로자가 아니며, 가맹사업법은 불공정거래를 규율하지만 장시간 노동은 그 범주 밖이다.

영국과 캐나다는 이 공백을 '종속적 자영업자(Dependent Contractor)' 개념으로 메운다. 완전한 근로자와 독립 사업자 사이에 중간 범주를 두어 최소한의 휴식권과 소득 보장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배달 라이더는 앱을 끄면 일을 멈출 수 있다. 가맹점주는 문을 닫으면 가맹계약 위반이 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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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세 가지 과제

첫째, 가맹사업법상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 판단 기준을 실질화해야 한다. 현행 제12조의3은 심야 손실이라는 극히 좁은 경우만 보호한다. 점주의 실제 수익과 총 영업시간을 '부당성' 판단에 포함시키고, 공정위 표준가맹계약서에 '점주 1인 감당 가능한 영업시간 상한' 조항을 두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둘째, 최소수익 보장 조항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가맹사업법 정보공개서에 '점주 예상 순수익'을 의무 기재하도록 하고, 실제 수익과 크게 벗어나면 가맹계약 취소 사유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본부의 수익과 점주의 수익이 함께 움직이는 장치가 있어야 본부가 구조 개선에 관심을 갖게 된다.

셋째, '종속적 자영업자' 개념의 단계적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경제적 종속성이 입증되는 가맹점주에게 최소한의 휴식권을 부여하는 것이 '독립 사업자'라는 법적 형식보다 현실에 가깝다. 해외 입법례가 이미 그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가맹계약서에 사인했다는 이유로 하루 12시간, 연중무휴 노동이 당연해지는 사회는 공정하지 않다. '사장님'이라는 호칭이 구조적 노동 착취를 가리는 가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이 있다. 그렇다면 근로자보다 더 긴 시간을,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가맹점주에게는 어떤 법이 있는가.

법적 형식이 경제적 실질을 외면하는 동안 자정이 지나도 치킨집의 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는다. 법이 형식이 아닌 실질을 볼 때, 그리고 가맹계약서가 아닌 사람을 볼 때, 비로소 페어플레이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