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2021~2022년 기록한 최고가를 넘어섰다. 서울 외곽과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에 매수세가 유입돼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과 전·월세 물량 감소 영향으로 수도권 집값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올 들어 서울 성북구, 구로구 등 7개 자치구 아파트값이 2021년 상반기~2022년 하반기 기록한 전고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전·월세 감소로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올 들어 서울 성북구, 구로구 등 7개 자치구 아파트값이 2021년 상반기~2022년 하반기 기록한 전고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강화, 전·월세 감소로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지난 8일 기준) 서울 성북구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5.37로, 2021년 12월 마지막 주 기록한 고점(105.04)을 4년5개월 만에 넘어섰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전고점을 돌파한 자치구는 강서·서대문·동대문·종로·중·구로·성북구 등 7곳이다. 일찍이 전고점을 넘은 강남권과 한강 벨트 11곳을 포함하면 25개 자치구 중 18곳이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관악구도 99%까지 회복해 고점 경신을 앞뒀다.

경기에서는 하남, 성남 수정구, 용인 수지구, 안양 동안구가 올해 전고점을 넘어섰다. 연초만 해도 고점을 경신한 지역은 성남 분당구와 과천 등 두 곳에 그쳤다. 지난 6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래미안크리시엘 전용면적 114㎡는 11억9000만원에 팔려 2021년 9월 기록한 종전 최고가(11억8000만원)를 4년8개월 만에 넘었다.

상승세도 가파르다. 올해 안양 동안구(8.8%), 용인 수지구(8.6%), 서울 성북구(7.0%)와 강서구(6.7%) 등의 상승률은 서울(4.2%)과 경기(2.3%) 평균을 크게 웃돈다. 새 아파트 공급 부족과 규제 강화에 따른 풍선 효과, 전·월세 물건 감소로 인한 매매 전환 수요가 겹쳐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남부에 매수세가 집중된 영향이다.

지역 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경기에서도 고양 일산서구(77.7%), 평택(78.7%), 김포(81.4%) 등은 여전히 전고점 회복이 더디다. 지방 역시 대구(73.0%), 부산(82.4%) 등 대부분 지역이 70~80%대에 머물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기업 맞벌이 부부 등 구매 여력이 있는 30대가 선호하는 경기 남부 위주로 가격이 오르는 점이 과거 상승장과는 다른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대출 제한에 중저가 단지 몰려…"시장엔 실수요자만 남았는데
공급 안 따라줘 집값 뛰는 것"

이재명 정부 1년간 서울 아파트값과 전셋값 상승률이 문재인 정부 1년 대비 1.4배, 6배에 달했다. 최근 수도권에서 2021~2022년 전고점을 넘은 단지와 지역이 급증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전·월세 공급이 끊긴 데다 대출은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된 탓에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려 나타난 현상이다. 정부 정책이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서민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좁아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 서울 자치구 70% 전고점 넘어

서울 25개구 중 18곳 전고점 돌파…집값 상승률, 文정부 추월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아파트값(매매가격지수)이 2021년 상반기~2022년 하반기 기록한 전고점을 넘어선 서울 자치구는 18곳으로 전체 25개 구의 70%에 달했다. 이번 주 성북구와 구로구가 각각 전고점의 100.3%, 100.2%로 올랐다. 중구(103.2%), 종로구(102.3%), 동대문구(102.0%), 서대문구(100.8%), 강서구(100.7%) 등 7곳이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전고점을 넘은 곳은 강남 3구와 한강 벨트 등 11곳뿐이었다.

경기에서도 기존 성남 분당(123.1%)과 과천(114.6%)에 이어 하남(103.6%), 성남 수정(102.2%), 용인 수지(101.8%), 안양 동안(100.9%) 등 4곳이 전고점을 경신했다. 서울 관악(99.8%), 은평(96.1%), 중랑(95.9%), 경기 용인 처인(97.4%), 구리(97.0%), 광명(97.0%), 수원 영통(95.2%) 등은 전고점 회복을 앞두고 있다.

개별 단지에서도 4년여 만에 고점을 뚫고 집값이 오르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강서구 화곡동 ‘우장산 롯데캐슬’ 전용면적 117㎡는 최근 13억9000만원에 손바뀜해 2021년 8월 전고점(13억5000만원)을 4년9개월 만에 경신했다.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 SK뷰 아이파크’ 전용 84㎡는 4년8개월 만에 12억원대를 회복했다.

2021년 서울 아파트값은 한국부동산원 기준 8.0%, KB부동산 기준 16.4%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맞이한 초저금리 환경에 새 아파트 부족,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에 따른 전세난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시장엔 실수요만 남았는데, 공급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해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능력이 되는 사람이 집을 사고 있어 전고점을 넘었어도 거품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상승세가 너무 빨라 과열 양상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 올해 들어 전셋값도 급등세

전셋값도 2021~2022년 전고점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국부동산원 기준 2021년 6.1% 오른 뒤 2022년 10.2%, 2023년 6.3% 내리며 매매가보다 낙폭이 컸다. 최근 수도권에서 전고점을 웃돈 곳은 서울 성동(105.3%)과 송파(100.3%) 두 곳뿐이다. 전셋값이 급등세를 이어가 광진(99.5%), 영등포(99.5%), 마포(97.4%), 노원(97.1%), 강동(97.1%) 등은 올해 2021년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들어 4.1% 올랐다. 지난 8일까지 1주일 동안 오름폭은 0.32%로 2015년 10월 넷째 주(0.33%) 후 10년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성북(6.7%), 노원(6.1%), 광진(5.9%), 성동(5.7%) 등은 올해 전셋값이 매매가만큼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경기에서도 하남(99.4%), 안양 동안(99.0%), 성남 분당(97.9%), 구리(97.0%) 등이 전고점 돌파를 앞뒀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핵심 지역 집값이 2021년 전고점 수준까지 오르는 데엔 전·월세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임근호/구은서/정의진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