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승무원으로 재직 중인 현재와 아이돌로 활동하던 과거의 모습 /사진=한경DB
제주항공 승무원으로 재직 중인 현재와 아이돌로 활동하던 과거의 모습 /사진=한경DB
학창 시절을 아이돌 연습생 생활에 쏟아붓고 마침내 데뷔의 꿈을 이뤘지만 무대에 선 시간은 단 2년. 오랫동안 한 곳만 바라보고 달려온 이에겐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갑작스러운 팀의 해체에 심장은 '쿵' 내려앉았고, 지인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룹 마이틴의 리더였던 최은수(29)가 떠올린 2019년의 상황이다.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현재. 최은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밝고 해사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단정하게 손질한 헤어 스타일에 명찰이 달린 깔끔한 유니폼, 편안함을 주는 미소를 장착한 채로 취재진을 반겼다. 2024년 9월 제주항공에 입사해 '승무원'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은 그였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만난 최은수 승무원은 "팀 해체 이후에 군대를 다녀왔고, 이후 온갖 아르바이트에 사무직, 호텔리어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제 경력과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다가 예전부터 매력 있다고 생각했던 승무원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근황이 전해지면서 화제가 됐던 바다. 최 승무원은 "탑승객 중에서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있다. 안전 시연을 할 때 알아보고 속닥거리시더라. 좌석 벨트를 매셨는지 체크할 때 보니 제 기사를 켜놓고 '맞잖아~'라고 하신 분도 있었다"며 웃었다.

연예계 동료들한테도 연락이 왔다. 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승무원 준비 과정과 관련한 것이었다고 했다. 최 승무원은 "유니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니까 '어떻게 승무원이 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아이돌로 잘 된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있지 않나. 그 친구들 역시 새로운 직업을 찾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룹 마이틴 출신 최은수 제주항공 승무원 /사진=변성현 기자
그룹 마이틴 출신 최은수 제주항공 승무원 /사진=변성현 기자
사실 팀 해체 직후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군대를 다녀오니 어느덧 스무살 중반이었고, 새 직장을 찾으려니 '아이돌 경력'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최 승무원은 "친구들이 '연예인이다, 아이돌이다'라고 해왔는데 그 직업이 끝나버린 거니까 사람들을 만나기 민망했다. 부모님께도 10년 가까이 응원을 받았는데 되게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다른 직업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난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라고 돌아봤다.

이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면서 서비스직이 잘 맞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중에서도 승무원은 직업 만족도 '최상'이라고 했다. 최 승무원은 "팬분들이 저를 보러 오던 때와 같이 손님들이 여행을 갈 때도 설렘이 주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다. 가족끼리 기쁜 마음으로 탑승하고 신나게 기내식도 드신다. 난 엄청난 행복주의자라서 그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직무가 잘 맞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동료나 사무장님들도 내게 '만족도가 높아보인다'고 한다.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만 29세가 된 그는 "무엇보다 직장을 구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서른살이 되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고민했었다.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해낸 거 같아서 다행이다. 아이돌 활동할 때는 연습실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거나, 개인 시간이 있어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월급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털어놨다.

승무원 준비 과정에 관해 구체적으로 묻자 "어느 항공사에 가더라도 어학 자격증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해서 그걸 중점적으로 준비했다. 또 물을 정말 무서워하는데 승무원을 하기 위해서 수영을 배웠다. 비록 꼴등을 하긴 했지만 챔피언십 대회까지 나갈 정도로 준비했다. 무서워하는 걸 극복하고 그 뒤로 계속 관리했다"고 답했다.

아이돌 활동 당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습득한 일본어도 도움이 됐다. 일본어 전형에 지원했었다는 그는 "아이돌로 활동할 때 통역사 없이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었다. 팀의 리더이기도 해서 멘트 지분이 높았고, 열심히 배운 덕분에 일본어 전형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입사 후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으로는 부모님께 첫 해외여행을 선물한 것을 꼽았다. 최 승무원은 "회사 복지 중에 직원 항공권이 있어서 가족을 모두 데리고 해외여행을 갔다. 부모님이 신혼여행 이후 30년 만에 비행기를 탄 거였고, 해외는 처음 나가는 거였다. 아버지가 비행하는 내내 창밖에서 눈을 못 떼시더라. 그걸 보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내가 아이돌을 계속했더라면 이렇게 해드릴 수 있었을까? 이 직업을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체 아이돌 리더의 반전…비행기서 포착된 '깜짝 근황' [본캐부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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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소중한 두 번째 기회인 만큼, 직장생활에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임하고 있는 그였다. '프렌들리 크루'라는 제주항공 SNS 계정에 콘텐츠를 올리는 특화팀 '영상7도씨'에도 지원, 선발돼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동료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문화가 즐겁다면서 늘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는 마음을 되새긴다고 했다. 제주항공 취항지인 홍콩, 일본 마쓰야마, 고베, 다낭, 코타키나발루, 싱가포르, 발리 등을 추천 여행지로 꼽으며 홍보까지 알차게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자신의 현재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요청에 최 승무원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팀 해체할 때 손 편지에도 적었던 문구고, 개인 팬미팅을 개최했을 때 달았던 이름이기도 합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건데요. 전 지금도 항상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는 승무원으로 건강하게 오래 일하는 것이라고 했다.

"손님들이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좋은 경험을 주자는 게 가장 큰 비행의 목표입니다. 어떠한 순간이 와도 빼놓지 않고 지켜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직 승무원으로서는 낮은 연차라서 비행 업무에도 소홀하지 않고 프로페셔널하게 성장하고 싶습니다. 채용 최종 면접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해서 손을 들고 1년 뒤에 '저 친구 뽑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해드리겠다고 했거든요. 정말 그렇게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웃음)

변함없이 마이틴 은수를 기억하며 응원을 보내주는 팬들에게도 한 마디를 부탁했다.

"연락을 해주는 팬분들이 있습니다. '오빠 좋아할 때 중학생이었는데 저 지금 성인이에요'라고 하시는데요.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아가고 멀리서라도 응원해줄 수 있는 순간이 온 것 같습니다. 힘들 때 응원해 주신 덕분에 제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활동 당시에 '절 좋아하는 걸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겠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된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