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공포지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시장 참가자들이 증시가 급등락할 것으로 예상하며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주 들어 거래 일시 중단 조치인 서킷브레이커와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매일 번갈아 발동되는 등 주식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여파다.
레버리지 ETF發 '극한 변동장'…공포지수 사상 최고치 찍었다
공포지수 급등은 기본적으로 지정학 갈등과 인공지능(AI) 피크아웃 우려, 채권 금리 상승 등 글로벌 증시를 흔드는 공통 요인 때문이지만 코스피지수의 극심한 변동성은 이것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27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계기로 레버리지 ETF 투자 열풍이 불며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극단적 공포’ 불러온 레버리지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지난 9일 91.2였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기록한 전고점(89.3)을 넘었다. 지난 10일엔 88.4로 소폭 내려왔지만 미국과 이란 간 전쟁 발발 후 나타난 70~80선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이 지수는 50을 넘으면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평가된다.

코스피지수 변동성은 눈에 띄는 수준이다. 8일 코스피지수가 8.29% 급락해 매매가 20분간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데 이어 9일에는 지수가 8.18% 급반등해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튿날 지수는 다시 4.52% 하락해 매도 사이드카가 나왔다. 한국경제신문이 코스피지수 하루 변동폭(장중 고가와 저가 차이)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 평균 98.7포인트에서 5월 306.6포인트, 6월에는 392.12포인트로 대폭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학 우려와 반도체 고점 논란 등이 변동성을 키우고 공포지수를 높이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 더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있다. 최근 급증한 레버리지 ETF 투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출시된 후 이 상품에 8조원 넘는 자금이 몰리며 운용사의 주식 선물 매수 수요가 늘어났다. 주가가 1% 오를 때 2%의 수익을 내기 위해 자산운용사는 주식 선물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주문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삼전닉스’ 주식선물의 미결제약정이 크게 늘었고,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로 단기간에 선물 시장의 매수 압력이 커지면서 선물 가격이 고평가됐다”며 “이에 따라 현·선물 차익 거래 수요까지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VKOSPI는 공포를 따로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이후 선물시장의 과열이 고스란히 옵션시장으로 전이돼 옵션 가격을 밀어 올렸고, 이에 따라 공포지수가 급등한 것이다.

◇ETF 거래 95%가 ‘레버리지’

국내 증시의 거래 흐름을 보면 레버리지가 시장을 흔드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하루평균 13조6342억원어치 거래됐다. 전체 ETF 거래대금의 42.9%에 달했다. 거래량 기준으로는 하루평균 ETF 거래의 94.5%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서 나오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리밸런싱 주문이 집중되는 장 마감 시간대 변동성 위험이 높았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간대별 체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동시호가가 포함된 오후 3시20~30분 거래량이 직전 10분 대비 많게는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후 삼성전자의 장 마감 거래량은 평균 239만 주에서 311만 주로, SK하이닉스는 43만 주에서 72만 주로 늘었다. 종가 부근에 기계적 리밸런싱 물량이 몰리면 주가 상승기에는 상승 압력을, 하락기에는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양지윤/강진규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