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내년도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한 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자사주 지급 방식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현금을 한꺼번에 지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파장을 우려해서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곽 사장은 지난 8일 충북 청주캠퍼스에서 열린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 “내년 성과급을 현금으로만 지급하는 건 부담이 크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업계에서는 성과급을 전부 현금으로 주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안으로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선을 폐지하고,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에는 PS가 기본급의 최대 1000%로 묶여 있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00조원 수준인데, 이 경우 임직원은 평균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SK하이닉스 노사가 합의할 때만 해도 회사 영업이익 전망치가 40조원 수준으로 직원 1인당 1억원이 지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이후 예상 밖 반도체 초호황에 따라 성과급 재원이 크게 늘어나 회사의 부담도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통해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합의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연봉의 50%를 현금으로 받는 기존 성과인센티브(OPI)를 유지하되 세후로 특별경영성과급(사업 성과의 10.5%)을 자사주로 주는 제도를 신설했다. 자사주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각각 1년, 2년이 지난 후 매각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업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최근 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증설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십조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쓰면 설비 투자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두고 노사가 임단협에서 진통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 노조가 올해 ‘최대 5억원 규모 주택자금 대출 지원’ 신설 등을 주요 안건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곽 사장은 행사에서 “(올해 임단협) 일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6월 안에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우리도 대내외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잘 대처하자”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