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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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소비재 시장인 할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진출은 여전히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은 할랄 인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해외 바이어들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 공급 안정성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무역협회가 11일 발표한 '할랄 소비재 시장 교역 구조와 진출 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국 기준 글로벌 할랄 소비재 수입 시장 규모는 약 4000억달러로 추산됐다.

품목별로는 농수산식품이 2310억달러로 전체의 52.3%를 차지했다. 이어 생활용품 858억달러(19.4%), 의약품 821억달러(18.6%) 순이었다.

시장 규모는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할랄 산업은 2023년 2조4000억달러에서 2028년 3조4000억달러로 성장해 연평균 5.3%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무슬림 인구 증가와 젊은 소비층 확대가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지난해 글로벌 할랄 소비재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 점유율은 0.9%에 그쳤다. 국내 소비재 수출에서 할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9.4%로 집계됐다. 2016년 10.1%를 기록한 이후 1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는 상태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과 해외 바이어 간 인식 차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무역협회가 소비재 수출기업 43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할랄 시장 진출 전략으로 '할랄 인증 확보'(32.5%)와 '고급화·프리미엄 전략'(27.9%)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선택한 비율은 17.9%에 그쳤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인증과 프리미엄 전략을 통한 비가격 경쟁력 확보에 집중한 결과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그러나 현지 바이어들의 판단 기준은 달랐다. 바이어 47개사를 대상으로 거래 결정 요인의 중요도를 조사한 결과 가격과 품질이 각각 5점 만점에 4.4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증(4.1점), 공급 안정성(4.1점)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할랄 인증은 거래를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며 "실제 계약 성사는 제품 경쟁력과 가격, 안정적인 공급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고 분석했다.

또 할랄 시장을 하나의 시장으로 접근하는 전략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마다 소비 성향과 인증 체계, 유통 구조가 달라 맞춤형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무역협회는 "정부와 유관기관도 인증 취득 지원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유통망 확보, 현지 마케팅, 바이어 발굴을 연계한 단계별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