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미언 허스트와 그의 2007년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데이미언 허스트와 그의 2007년 작품 ‘신의 사랑을 위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올해 상반기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전시는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계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61)의 개인전이다. 지난 3월 개막한 전시는 하루 평균 5600명의 관객을 줄세우며 이날까지 총 44만 명 넘는 관객을 불러모았다.

열기만큼 논란도 거세다. 동물 사체를 쓴 설치작품을 두고는 ‘동물 학대’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전시장에 나온 회화 작품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혹평도 나왔다. 10일 한국을 찾은 허스트는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반가운 일”이라고 입을 뗐다. “무시당하는 것보다 미움받는 편이 훨씬 낫다”는 설명이다.

“작품을 보고 불쾌해 하는 건 정상적인 일입니다. 관객이 보고싶어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게 제 목표였으니까요. 다만 동물 학대 논란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30여년 전 동물 사체를 이용한 작품들을 처음 선보였을 때는 동물의 생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리 높지 않았어요. 세상이 변하면서 제 작품도 바뀌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소 머리는 가짜입니다. 고기 등을 이용해 진짜처럼 만든 것이지요. 나비 날개를 붙이는 회화도 이제 인쇄물로 대체할 수 있어요.”

회화에 대한 혹평에 대해서는 “이번에 공개된 ‘리버 페인팅’ 연작은 애초에 완성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 과정을 보여달라”는 큐레이터들의 설득에 따라 작품을 내놨을 뿐, 회화 작품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미술을 시작할 때는 회화가 무시당하던 시절이었지만, 지금은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그림을 그려도 받아들여지는 시대”라며 “세상이 변했으니 나도 변화에 맞춰 회화를 그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허스트는 자신의 별명인 ‘죽음의 작가’에 대해 “나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다루는 작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죽음을 다룬 예술도 결국 삶에 관한 것”이라며 “나이가 들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44만 명의 관람객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국 관객에게 제 작품이 받아들여진 건 큰 행운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전시는 오는 6월 2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