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광주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이다. 삼성이 호남 지역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온양, 천안 등 충청권 중심으로 운영한 패키징 거점이 광주까지 남하하는 셈이다.

삼성의 광주 공장 건설은 무엇보다 수도권 등에서 전기와 용수 확보가 한계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광주·전남 지역은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및 해상풍력 잠재력을 갖추고 있어 전기 공급이 그 어느 곳보다 유리한 입지다.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반도체 후공정에 속하는 첨단 패키징은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할 ‘게임체인저’로 급부상 중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여러 개의 반도체를 하나의 칩처럼 연결하는 공정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삼성은 기존 시설만으로는 세계에서 몰려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패키징 물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번 투자로 빅테크가 요구하는 패키징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메모리에서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솔루션’으로 TSMC가 장악한 파운드리 시장 입지 강화도 노릴 수 있다.

그제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 현상을 타개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특히 “영남보다 호남이 훨씬 더 나쁜 상태이기 때문에 호남에 균형을 맞춰야겠다. 호남 중에서도 전남·광주는 통합을 하고 혜택을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광주 투자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사업적인 판단도 있었겠지만 정부 독려가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이번 투자 방안을 오는 29일 이 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 간담회에서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큰 결심을 한 만큼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전기와 용수 인프라는 물론 반도체 인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삼성의 이번 광주 투자 결정이 균형 발전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의미 있는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