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2030은 왜 광장으로 몰려갔을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에 모여든 2030세대는 과거 보수 시위의 문법과 달랐다. 정치적 구호를 배격하고 참정권 훼손이라는 보편적 가치만 내세웠다. 광장에서도 SNS에서도 여야 정치인, 극우주의자와는 철저히 벽을 쌓았다. 선동하지도 선동당하지도 말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10년 전 촛불 집회, 작년 탄핵 집회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여겨진 이들의 커밍아웃은 묵직하게 다가왔다. 청년들을 향해 정치인은 경쟁적으로 반성문을 썼고, 대통령도 감수성 부족 아니었나 되돌아봤다고 했다. 속으로 ‘미안하다’고 되뇌다가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는지’ 되돌아보는 기성세대도 적지 않다.

모든 게 포모인 세대

참정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현실은 청년들의 심연을 건드렸다. 수능 한 문제로 인생이 갈리는 극단적 입시 경쟁을 겪은 이들이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도 끝 모를 취업 전쟁을 치러야 한다. 갑자기 닥쳐온 인공지능(AI), 로봇 시대로 입사 관문은 더 좁아지고 있다. 괜찮은 직장을 구해도 자산을 모으는 건 더 어렵다.

반도체 대호황으로 주가지수 신기록 행진을 체감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내 집 마련의 꿈은커녕 치솟는 전·월세 가격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좌우 이념이 아니라 먹사니즘의 문제다. 그야말로 모든 게 포모(FOMO·소외 공포감)다. 시절은 고난했지만 비교적 꽃길을 걸은 4050세대가 공감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4050, 6070세대와 달리 거대 양당에 부채 의식이 없다. 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치인 모두 환영받지 못했다. 언제든 지지 정당을 손쉽게 바꾸는 계층이라는 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잘 드러났다.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것도 2030 표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던 2030 여성 표심 이탈은 치명타였다. 지상파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여성의 정원오 민주당 후보 지지율은 48.5%로 4년 전 송영길 민주당 후보 지지율(67.0%)보다 현저히 낮다. 30대 여성도 4년 전엔 송 후보(54.1%)를 찍었지만 이번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3.6%)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누가 미래를 제시할 것인가

2030세대의 불만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누구보다 연금과 재정 이슈에 민감하고 불안해한다. 고갈되는 국민연금, 급증하는 복지 예산, 흔들리는 국가 재정으로 현재의 청년 세대가 미래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질 수 있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주가가 급등하며 국민연금 구조개혁 요구가 사그라들어 다행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에 이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이다. 반도체 초과 세수도 잠재성장률 등 미래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걸 알지만 치밀하게 준비해 효과를 내지 못하면 이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6·3 지방선거 유권자를 세대별로 보면 4050 비중이 36.24%로 가장 많고 6070(34.12%), 2030(29.65%, 18~19세 포함) 순이다. 지금의 2030세대가 앞으로 ‘스윙 보터’로 더 확실한 존재감을 보일 것이란 건 분명해 보인다. 누가 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를 제시할 것인가. 내후년 총선의 승자도 여기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