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연속 장애인 고용 저조기업 명단에 올랐던 학교법인 일송학원은 지난 2022년 발상의 전환을 했다. 병원 내 부서별 수요조사를 통해 수액정리·린넨포장·의료기기 소독·키오스크 안내 등 기존 인력이 부수적으로 처리하던 업무를 별도 직무로 재편성했다. 업무를 재구성해 장애인 맞춤형 일거리를 별도로 만든 것이다. 그 결과 1년 만에 장애인 근로자가 50명에서 146명으로 늘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23년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활용해, 주거급여 조사 업무의 보조 부분을 떼어내 ‘주거급여 보조 조사원’ 직무를 신설했다. 장애인이 수행 가능한 단위로 별도 직무를 재편한 것이다. 2023년 장애인 인턴을 41명이나 채용했고 장애인 고용률은 2.97%에서 3.71%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이제 장애인 고용의 핵심 과제가 “몇 명을 더 뽑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일할 수 있게 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여전히 한 사람이 전화 응대, 문서 작성, 보고, 현장 업무까지 모두 수행하는 ‘만능형 직무’를 전제로 채용을 진행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특정 업무 수행에 강점을 보이더라도 이러한 통합형 직무 구조 속에서는 채용 문턱 자체를 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 고용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 부문조차 장애인 고용률이 2022년 2.93%에서 2024년 2.85%로 오히려 하락했다.
최근에는 기존 업무를 세분화해 일부만 별도 직무로 분리하는 ‘잡 카빙(job carving)’ 방식이 장애인 고용 확대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품질검사 기록 입력과 공정 모니터링 업무를 따로 떼어내고, 사무직에서는 데이터 검수와 전산 입력, 문서 정리 업무만 별도 직무로 구성하는 식이다.
게임업계와 플랫폼 기업에서도 콘텐츠 검수, 데이터 정합성 검토, 디지털 품질보증(QA), AI 학습데이터 라벨링 분야를 중심으로 장애인 채용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실제 현장에는 고숙련 업무보다 반복 행정과 관리 업무 비중이 상당하다”며 “이를 별도 업무로 분리하면 장애인 채용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고 말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면접에서는 긴장을 너무 많이 해 의사 표현이 어려웠던 지원자가 실무 테스트에서는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며 “장애인 맞춤형 채용 평가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