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만에 평양 찾은 시진핑, 김정은과 회담 > 북한을 7년 만에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군사 협력 강화와 경제 교류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화연합뉴스
< 7년 만에 평양 찾은 시진핑, 김정은과 회담 > 북한을 7년 만에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8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군사 협력 강화와 경제 교류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군사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또 고위급 교류와 국경 지역 전면 개방 등 경제 협력을 통해 북·중 관계를 ‘신시대 전략적 협업 단계’로 격상하겠다고 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맞서 사회주의 진영 결속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미·반일 연대 강조

시진핑 "군사·경제협력 강화"…김정은 "하나의 중국 지지"
중국중앙TV(CCTV)는 이날 시 주석이 전용기편으로 베이징을 출발해 낮 12시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2019년 6월 이후 7년 만이다.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비서실장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외교라인 수장인 왕이 외교부장 겸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등이 동행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100년에 한 번 있을 세계적 대변화 속에서 양측은 높은 곳에서 멀리 내다보고 과거를 계승해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신시대 북·중 관계에 대한 최상위 설계와 전략적 지도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과 북한은 공통된 이상과 신념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깊은 역사와 굳건한 정서적 유대를 갖고 있다”며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북·중 전통 우호의 확고한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북한 주민이 보는 기관지인 노동신문 1면에 반패권(반미) 연대를 강조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이전 방북 때인 2019년 기고문에서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과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국제질서 수호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패권주의 반대’ ‘군국주의 부활’ 등의 표현을 사용해 미국과 일본을 동시에 겨냥했다. 미국을 견제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최근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함께 비판한 셈이다.

김정은은 “시 주석의 영도 아래 중국은 세계를 놀라게 하는 발전 성과를 거두고 국제적 지위가 크게 높아졌다”고 화답했다. 이어 “북한은 언제나 변함없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중국의 입장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방북 이틀째인 9일 북·중 우호의 상징으로 꼽히는 평양 조중우의탑을 참배한 뒤 김정은과 오찬을 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비핵화 빼고 경제 협력 확대


양측은 경제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한과 경제·무역, 농업, 건설, 과학기술, 의료·보건 등 실무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며 “국경 통상구의 전면 재개통, 민항 항공편과 국제 여객열차 운행 재개를 계기로 쌍방향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과 북한의 제9차 당대회를 언급하며 “두 나라의 발전 전략을 결합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혈맹을 넘어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중국도 대북 영향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두 나라의 발전 전략을 결합한다는 표현은 중국 외교에서 단순한 교역 확대를 넘어 두 나라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뜻”이라며 “기존의 에너지, 광물 분야 협력 등을 넘어 위안화 결제 확대 등 새로운 경제 협력이 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북·중 우의에 새로운 시대적 함의와 강력한 동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노선을 공식화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핵무장 노선을 우회적으로 용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앞으로 중국이 비핵화보다 ‘핵을 보유한 북한’을 대미 견제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김다빈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