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동 끈 레미콘 운송차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약 체결과 운반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수도권 운송을 중단한 8일 경기 하남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 콘크리트 믹서트럭이 줄지어 멈춰 서 있다.  최혁 기자
< 시동 끈 레미콘 운송차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임금·단체협약 체결과 운반비 인상 등을 요구하며 수도권 운송을 중단한 8일 경기 하남시의 한 레미콘 공장에 콘크리트 믹서트럭이 줄지어 멈춰 서 있다.  최혁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 노동자가 8일 무기한 단체 운송 중단에 들어가자 수도권 건설 현장 곳곳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차질을 빚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은 공정 조정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건설 일정이 상당 기간 미뤄질 것으로 우려됐다.

◇ “반도체 공사 멈출라” 삼성·SK ‘긴장’

레미콘車 1만대 멈췄다…반도체 증설 공사 중단 위기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 레미콘 운송을 중단했다. 노조는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단체협상 촉구 및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측과 교섭 중인 수도권 외 지역 노조는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번 휴업엔 기사 약 8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 인천 경기 지역 콘크리트 믹서트럭은 1만1447대 중 대다수가 운행을 중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은 기간이 길지 않았다. 2019년 울산에서 66일간 운송이 중단되긴 했지만, 2022년과 2024년 수도권 지역 파업은 2~4일에 그쳤다. 올해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이 주목받는 건 대형 반도체 건설 공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레미콘은 생산 이후 최대한 빠르게 현장으로 운반해야 한다. 생산 당일 타설할 수 없으면 건설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 운송 휴업이 장기화하면 후속 철골·설비 공사 일정이 연쇄적으로 미뤄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개정 노조법(노란봉투법) 시행 때문에 노조의 공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레미콘 파업에 대비해 단기 파업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등 대형 현장은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주 일부 콘크리트 작업을 앞당겨 시행했다. 공사현장 관계자는 “파업에 대응해 우선순위를 둬 타설을 일부 진행했다”며 “지금도 공정을 조절하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핵심 설비는 선제 타설해 당장 큰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하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운송단가 인상 놓고 평행선

노사 간 핵심 쟁점은 운송 단가 인상이다. 수도권 레미콘 평균 운송단가는 2021년 회당 5만6000원에서 지난해 7만6100원으로 4년간 35.9% 올랐다. 올해 운반비는 협상 중이다. 노조는 물가와 차량 유지비, 보험료 상승을 고려하면 운반비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조사들은 건설경기 침체로 출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운반비까지 오르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는 유류비도 회사 측이 부담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도 많다. 양대 노총 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만 휴업에 참여했고, 일부 공장은 직영차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및 비노조 용차를 활용해 출하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기사가 현장에서 운행을 계속하면 돈을 벌지 못하는 휴업 참여자들이 심리적으로 동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날 국토교통부에 노조와 제조사 간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했다. 협회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레미콘 공급 안정화 방안도 건의했다.

조철오/원종환/구은서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