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딸기 이론> 김숨 "사람은 사람으로 봐야죠, 이주 노동자도 그렇죠"
소설가 김숨 인터뷰
딸기농장 여성 이주노동자 다룬 장편소설
"수식어 걷어내고 '한 사람'으로 봐야"
딸기농장 여성 이주노동자 다룬 장편소설
"수식어 걷어내고 '한 사람'으로 봐야"
소설가 김숨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신작 장편소설 <딸기 이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한 딸기밭 비닐하우스에서 7년째 숙식하며 일하는 미얀마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 샤빼가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보파에게 보내는 긴 편지 형식의 작품이다.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장애인 등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의 삶을 소설로 옮겨온 김숨은 이번 작품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한국 농촌의 딸기밭으로 시선을 옮겼다.
김숨은 자신이 오래 관심을 가져온 사람들이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살던 자리에서 뿌리째 뽑혀 나와, 낯선 곳의 허공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이주노동자도 그렇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낯선 곳을 향해 국경을 건넜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돌아가는 일은 어려워진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가족 구성원은 바뀌고, 떠나온 집에는 다른 가족이 들어와 살기도 한다.
미얀마처럼 내전과 군부 통치가 이어지는 곳에서는 귀국 자체가 위험한 일이 된다. 김숨은 “곧 돌아가겠다고 약속하고 왔을 텐데, 과연 그 약속한 시간에 돌아가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라며 “돌아간다고 해도 몸만 돌아가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소설 속 딸기는 노동이고, 빚이며, 송금이고, 몸을 묶어 두는 힘이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따야 하지만, 따는 동안 자신의 몸은 조금씩 닳아 간다. 김숨은 “딸기 따는 여자라는 존재가 왜 여기에 있는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를 객관화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목에 ‘이론’이 붙은 이유도 그래서다.
그는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혐오와 차별은 물론이지만, 안쓰럽고 불쌍한 존재로만 보는 태도 역시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그냥 감정적으로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도 폭력적인 시선일 수 있다”며 “그 사람을 이주노동자로만 보면 선입견이 먼저 개입한다”고 했다.
소설이 끊임없이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숨은 “이주노동자를 우리가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인 내가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라는 이름표를 걷어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이 가진 삶의 결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작품의 출발점에는 한차례의 목격이 있었다. 김숨은 수년 전 울산 길가에서 조선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우연히 봤다. 한여름 횡단보도 앞에 서 있던 노동자의 얼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그는 “영혼이 날아가 버린 것 같은 표정이었다”며 “그 모습이 계속 남아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더 들여다보게 됐다”고 회상했다.
한 사람의 삶은 여성의 몸과도 연결된다. 첫 장의 제목은 ‘자궁’이다. 김숨은 개인의 삶을 미얀마의 국교인 불교가 설명하는 것처럼 개인의 업보가 아닌, 가족과 국가의 역사 속에서 찾는다. 그는 “엄마를 따라 간 수산시장에서 매일 붕어의 살점을 발라냈듯 샤빼의 삶은 가장 가깝게는 엄마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계속 묻고 물으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이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이 품은 질문이 읽는 이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제가 소설 안에서 했던 질문들을 독자들도 하게 된다면, 결국 나 자신이라는 사람에 대한 질문이 될 것 같아요.” 그는 당분간 이주노동자에 관한 글을 써내려갈 계획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