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티이미지뱅크
고객센터 상담사로 입사한 지 불과 4일 만에 회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갈등을 빚다가 퇴사한 근로자가 근 1년 가까이 지나 "부당해고 당했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에서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원고 A씨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24년 6월 12일 B사와 계약직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센터 상담사로 입사했다. B사는 채용 통보 때부터 "3~4일간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미리 안내했고 A씨도 수락했다.

하지만 입사 다음 날부터 A씨는 교육 방식과 업무 지시가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6월 14일에는 선배 상담사와 동석해 스크립트를 읽는 방식의 실습 교육이 있었지만 "업무 숙지가 안 돼 위험하다"며 이마저도 거부했다.

심지어 17일에는 "나는 프리랜서이므로 사업소득으로 급여를 달라"고 요구했다. 채용공고에도 계약직 근로자로 표기돼 있었는데 갑자기 프리랜서 신분을 주장하며 3.3% 원천징수 방식을 요구한 것이다. B사가 거절하자 A씨는 "모든 상황이 일을 그만두라는 상황만 돼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는 메시지만 남기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실제 출근 일수는 교육일을 포함해 약 4일이었다.

A씨는 주휴수당 등을 꼼꼼히 챙겨 금품 청산을 요구했고, B 사가 35만4290원을 지급하며 관계가 정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A씨는 10개월 뒤인 2025년 4월 사측이 자신을 부당하게 쫓아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하면서 스스로 출근을 그만둔 정황을 고려해 "A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자발적 근로관계 종료라는 의미다.

손해배상 청구는 각하했다.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금액 특정을 요구했음에도 A씨는 끝내 "청구취지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버텼고, 재판부는 "청구의 내용과 범위를 명확히 확정할 수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최근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노동관계법 관련 소송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로펌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입사 직후 근로계약 조건과 배치되는 무리한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거나 정상적인 교육 지시를 거부하면서, 마치 사측이 퇴사를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꾸며내 사후에 법적 구제 절차나 합의금을 도모하려는 시도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변호사도 "인공지능(AI) 등의 힘을 빌려 '나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기업들로서는 채용 과정과 초기 교육 단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사소통 과정을 객관적 기록으로 남겨두는 정교한 노무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