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넘어 수출로…K-주류 업계, '브라우베비알레 2026' 주목
국내 소주류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주류·음료 업계의 시선이 '마케팅'에서 '생산 설비 고도화'로 이동하고 있다. 해외 판매가 증가하면서 단순 마케팅을 넘어 생산 효율과 현지 규격 대응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독일에서 열리는 글로벌 양조·음료 제조기술 전시회 ‘브라우베비알레(BrauBeviale) 2026’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브라우베비알레는 오는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개최된다. 완제품 중심 박람회와 달리 원료부터 충전·포장·자동화·물류까지 음료를 '만드는 과정' 전체를 다루는 공급망 전시회다. 직전 행사인 2024년 전시회에는 858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3만명 이상의 업계 관계자가 방문했다. 전시장은 9개 홀, 3만5403㎡ 규모로 운영됐다. 메쎄뮌헨 한국대표부는 최근 국내 제조기업과 수출지원 기관을 대상으로 한국 참관객 모집에 나섰다.

내수 정체 속 수출 가속화

한국 주류 산업의 무게중심은 빠르게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소주류(일반·과일소주) 수출액은 전년보다 3.9% 늘어난 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2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0년 1억3500만 달러에서 4년 만에 1.5배로 늘었고, 수출 대상국도 95개국으로 확대됐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회식 문화 축소 등으로 국내 주류 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자, 주요 주류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은 결과다. 특히 국내에서 주춤한 과일소주가 수출 시장에서는 K-주류 열풍을 이끄는 품목으로 자리 잡으며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 K-팝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식 술자리가 자주 노출되면서 과일소주가 해외 소비자들이 K-주류를 처음 접하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지역도 확대됐다. 수출액 비중에서 미국이 24.3%로 가장 높고 중국·일본이 각각 19%대로 뒤를 이으며, 한때 일본에 쏠렸던 구조에서 벗어났다. 유럽에서도 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을 중심으로 일반 소주의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출이 만든 새 숙제는 '생산·포장·규제'…핵심 공정의 유럽산 설비 의존

수출국이 늘어날수록 현장에서는 새로운 생산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단순한 증설이 아니라 다품종 소량 생산과 현지 규격 대응이 동시에 요구되기 때문이다. 수출 대상국이 수십 개국으로 늘면 나라마다 다른 상표·언어 표시 규정, 용기 규격, 라벨링 방식에 맞춰 생산 라인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 최근 국내 주류·음료 기업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스마트팩토리로 설계하고 자동화·유연생산 시스템에 투자하는 이유다.

특히 충전·라벨링·살균·패키징 등 핵심 생산 공정에서는 유럽산 설비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의 글로벌 음료 제조설비 기업 크로네스(Krones)는 국내 지사를 통해 주류·음료·식품업체에 충전 및 포장 설비를 공급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한 카탈로그나 온라인 정보만으로는 설비 도입 판단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 생산라인 적용 사례와 유지보수 체계, 에너지 효율, 자동화 수준 등을 현장에서 직접 비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우베비알레는 이러한 수요를 겨냥해 원료부터 자동화·포장·물류까지 제조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 구성을 갖추고 있다. 전시 품목은 ▲홉·효모·맥아 등 원료 ▲세척·충전·포장 공정기술 ▲부품·자동화·분석 시스템 ▲용기·포장재·물류 ▲판매시점(POS) 마케팅 등으로 구성된다.
내수 넘어 수출로…K-주류 업계, '브라우베비알레 2026' 주목
무라벨·친환경, 유럽은 '먼저 간 답'을 갖고 있다

친환경 규제 강화도 업계 관심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은 지난 1월부터 먹는샘물에 라벨 부착을 전면 금지하는 '무라벨 의무화' 제도에 들어갔다. 국내 생수·음료 기업으로서는 라벨 제거에 맞춰 용기·공정·표기 방식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재활용 PET 확대와 단일 소재 패키징, 경량화 용기 적용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보증금 반환 제도(DRS)와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 정책에 따라 무라벨 PET병과 저에너지 충전 공정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유럽 현장에서 관련 설비와 적용 사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라우베비알레가 국내 기업들에게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제맥주·전통주 업계에도 열린 문

대기업뿐 아니라 수제맥주와 전통주 업계에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는 2025년 기준 180곳이 넘는 소규모 양조장이 운영되고 있다. 양조 설비, KEG 충전 시스템, 홉·효모 원료의 직거래선을 찾는 수제맥주 양조장에 브라우베비알레는 실질적인 소싱 창구가 될 수 있다. 브라우베비알레는 기능성 음료와 무알코올 와인, 시그니처 스피릿 등 최신 제품을 시음하는 '디스커버리 바'와 와인 생산·포장에 특화된 '와인 존'도 운영한다.

전통주의 세계화 흐름과도 맞물린다. 국세청은 올해 처음 'K-SUUL 어워드'를 열어 중소기업 우수 주류 12개 제품을 선정하며 해외시장 진출 지원에 나섰다. 다만 같은 자리에서 위스키 수입은 급증한 반면 전통주 수출은 정체돼 있다는 진단도 함께 나왔다. 전통주 업계가 유럽 음료산업의 생산·유통 구조를 직접 학습할 필요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메쎄뮌헨 한국대표부 측은 "브라우베비알레는 원료와 설비, 포장, 자동화까지 음료 제조의 모든 공정을 사흘 만에 둘러볼 수 있는 자리"라며 "수출을 확대하는 국내 제조사가 그 물량을 감당할 설비와 기술을 직접 보고 도입선을 발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창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혜 한경닷컴 기자 shkim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