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더 이상 남일 아니다?…GM·인텔 보니 '섬뜩'
성과급에 멍든 GM, 배당 퍼주다 추락한 인텔…
삼성전자의 길은
성과급, 한국 사회를 뒤흔들다
1987년은 임금·처우 등
생존 위한 투쟁이었다면
2026년엔 '이익의 N%'
이익 공유 요구로 전환
과실은 누구의 몫인가
'성과급 갈등' 태풍으로
자원배분 숙의 결과가
10년후 산업경쟁력 좌우
삼성전자의 길은
성과급, 한국 사회를 뒤흔들다
1987년은 임금·처우 등
생존 위한 투쟁이었다면
2026년엔 '이익의 N%'
이익 공유 요구로 전환
과실은 누구의 몫인가
'성과급 갈등' 태풍으로
자원배분 숙의 결과가
10년후 산업경쟁력 좌우
성과급 논란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 논란은 일면 긍정적이다. 과거 한국 사회를 뒤흔든 기업 관련 분쟁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통 분담’이 아니라 ‘성과 배분’이 주제라는 점에서 그렇다. 과거 배분을 둘러싼 분쟁은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매개가 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적 분배 요구는 2000년대 초 일어났다. 사회단체와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했다. 경영권을 위협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소수주주 권리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높아지는 성과가 있었다.
2026년은 이 같은 대한민국의 분배 논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1987년 연대를 기반으로 “인간답게 살고 싶다”던 요구는 2026년 “기업 이익의 일부는 우리 몫”이라고 주장하는 ‘이익 공유 투쟁’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 노조는 인공지능(AI) 붐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이익이 급증하자 근로 조건이 아니라 기업의 자본 배분 전략까지 노동 의제로 끌어들이고 있다. 과거 노조와 달리 현재 투쟁을 주도하는 것은 ‘공정과 실리’를 중시하는 MZ세대라는 점도 다르다.
한국 사회는 이제 결핍이 아닌 잉여의 시대에 어떻게 자원을 배분할 것이냐를 숙의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 결과가 10년 후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보다 앞서 이를 경험한 해외 기업이 주는 교훈은 성과 보상도, 주주 환원도 과도하면 독이 된다는 점이다. 기업 환경은 급변하기 때문이다.
미래 투자금까지 짜내 나눠준 글로벌 기업들
임금 부담에 경쟁력 저하
성과급과 배당,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재투자. 기업이 낸 이익을 나누는 황금비율은 무엇이며, 어떤 과정을 통해 결정해야 할까. 한국 사회는 논쟁 중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거둬들이고 있는 막대한 이익 덕분이다.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한국 사회가 받아든 숙제.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 오답의 키워드는 과도한 쏠림이다.◇성과급의 늪
스텔란티스처럼 성과급을 고정급화한 기업은 대부분 인건비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여유 자금이 없으니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할 방법도 사라진 탓이다. 스텔란티스처럼 이익공유제를 도입한 제너럴모터스(GM)도 2028년까지 93억달러(약 14조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GM의 차량 생산 비용은 현대자동차보다 대당 1500달러가량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배당의 함정
인텔은 PC 시대 절대강자였다. 2010년대 삼성전자가 세계 1위 반도체 업체가 되는 것을 가로막은 것도 인텔이었다. 하지만 인텔의 전성기는 경영진이 엔지니어에서 재무통으로 바뀌면서 막을 내렸다. 2010년대 중반 인텔은 나노 경쟁에서 뒤처지기 시작했다. 미래를 위한 기술 혁신보다 배당에 집중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을 퀄컴에 내줬다. 인텔이 헤매는 동안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다.그럼에도 인텔은 대규모 투자 대신 2021~2024년 매출의 3~10%를 현금으로 배당했다. 이익이 감소해도 배당은 크게 줄이지 않았다. 188억달러의 순손실을 내고 주가가 60% 급락한 2024년에도 16억달러를 배당했다. 그해 4분기에야 배당을 중단했다. 그 결과 인텔은 다우존스지수에서 25년 만에 퇴출됐고, 지난해 8월 미국 정부가 90억달러를 들여 지분 약 10%를 인수해 가까스로 회생할 수 있었다.
◇한국의 성과급 논쟁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현실화되자 삼성전자 HD현대중공업 카카오 등이 영업이익의 15~30%를 성과급으로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가 잉여 자본 배분 문제로 전환된 것이다. 법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과급이 성과 보상 수단이 아니라 집단적 수익 배당 수단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며 “영업이익 배분 비율을 미리 확정하라는 요구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경영 성과에 대해 사전 청구권을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적정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인재 유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회사 측에 떨어진 숙제다.
◇“파업이 분배 논의의 방식 될 수 없어”
오는 21일부터 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파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노조 요구가 과도할 뿐 아니라 노조가 파업이라는 방식을 채택한 것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향후 한국 기업의 이익이 증가해 분배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기업의 노조가 파업이라는 극단적 방식을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논의 결과는 앞으로 10년간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결정지을 중요한 문제”라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구조를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효/곽용희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