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덕 미츠 키츠네(Wildduck meets Kitsuné) 프로젝트.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와일드덕 미츠 키츠네(Wildduck meets Kitsuné) 프로젝트.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올봄 프랑스 파리에서 서울로 여행 온 ‘여우’를 가장 반갑게 맞이한 건 ‘오리’였다. 파리 기반 패션 브랜드 ‘메종키츠네’와 서울 해방촌의 아이코닉한 와인바 ‘와일드덕칸틴’ 이야기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와일드덕칸틴 매장은 메종키츠네를 상징하는 여우 캐릭터로 뒤덮였다. 하반기 한국 독점 ‘볼드폭스’ 라인 출시를 앞두고 브랜드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협업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질다 로에크 "트렌드는 빠르게 변해도, 여우 얼굴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를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메종키츠네 창립자 질다 로에크(54·사진)는 인터뷰에서 “빠르게 변하는 유행 속에서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방법을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25년째 메종키츠네를 이끌어온 그는 “한국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 중 하나”라며 “뷰티 등 새로운 분야에 계속 도전하며 고객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겠다”고 강조했다.

2002년 파리에서 탄생한 메종키츠네는 패션을 비롯해 음악, 커피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창립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질다는 자신이 파리에 차린 레코드 가게 ‘스트리트 사운즈’에서 공동 창립자인 일본인 마사야 구로키를 처음 만났다. 디자인을 전공한 질다, 빈티지 옷 가게에서 일한 마사야는 ‘공통의 취향을 패션으로 풀어내보자’며 현재의 메종키츠네를 구상했다. 이들은 창립 초기부터 음악 레이블 ‘키츠네 뮤직’, 아티스트 네트워킹의 장이 되는 ‘카페 키츠네’를 동시에 론칭했다. 이후 파리와 도쿄를 오가며 고유한 세계관을 확장했다. 국내에서는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2018년부터 독점 유통을 맡았다.

이들은 왜 한국 고객과 만나는 장소로 해방촌을 선택했을까. 질다는 “서울 로컬 문화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해방촌은 ‘삶을 즐기는 기술’(아르 드 비브르·Art de Vivre)이라는 메종키츠네 브랜드 철학과 맞닿아 있다”며 “대형 쇼핑몰이 집중된 상업지구보다 지역 특색이 묻어나는 작은 동네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 다른 지역에도 브랜드 부티크를 여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패션 격전지가 된 서울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에 메종키츠네 단독 매장은 가로수길 한 곳뿐이다.

메종키츠네의 생태계 확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디제이(DJ)로도 활동 중인 질다는 2024년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 클럽을 열었다. 브랜드 정체성을 한데 모은 복합 문화 공간 ‘데사 키츠네’에서는 매주 두 차례 화려한 디제잉 파티가 펼쳐진다. 1~2년 내에는 뷰티 분야 사업도 본격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질다는 “스킨케어, 샴푸, 향수 등을 아우르는 코스메틱 라인을 조만간 정식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패션 브랜드와도 꾸준히 협업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메종키츠네가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아더에러’와 협업한 제품 라인은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질다는 “K패션은 트렌디함과 가성비를 모두 갖췄다”며 “고유의 스토리가 있는 4~5개 브랜드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