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민간 배드뱅크인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를 청산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상록수의 장기연체채권 추심을 “원시적 약탈금융”이라고 비판한 뒤 내려진 조치다. 금융당국은 상록수처럼 유동화회사 형태로 장기연체채권을 보유한 회사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도 할 예정이다.

"약탈 금융" 지적에…금융위 '상록수' 청산한다
금융위는 이날 상록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은행과 카드사 등 관련 회사 9곳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9개사는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유에셋대부, 카노인베스트먼트, 나이스제삼차 등이다.

이들 회사는 이날 회의에서 장기연체채권 중 각 사 지분에 해당하는 채권을 가능한 한 빨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일괄 매각하기로 전원 합의했다. 새도약기금의 매입 대상이 아닌 잔여 채권도 캠코에 팔기로 했다. 상록수 설립 후 23년째 이어진 추심행위를 사실상 중단한다는 의미다. 이번 청산으로 약 11만 명의 장기연체채무자가 장기 추심에서 벗어날 예정이다. 채권액 규모는 8450억원이다.

상록수는 2000년대 초 카드대란 때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출자해 세운 특수목적법인이다. 당시 부실채권을 한데 모아 관리하고 채권 회수 절차를 일원화하기 위해 출범했다. 금융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방파제 역할로 세워졌지만 이후 뚜렷한 출구 전략 없이 20년 넘게 방치돼 장기추심 수익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7년 이상 회수되지 않은 소액·무담보 연체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장기연체채권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고령층, 일용직 등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에게 추심을 계속하는 것은 채권 회수 실익보다 경제활동 복귀를 막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 물론 오래된 채권을 일괄적으로 탕감하기는 쉽지 않다.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와 없는 차주의 구분, 소멸시효 중단 여부 등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새도약기금이다. 새도약기금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무담보채권을 매입해 추심을 중단하고, 상환능력에 따라 채무조정이나 소각을 추진한다.

조미현/김진성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