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바이오주 역주행의 경고음
이태호 바이오헬스부장
소수 산업의 '자금 편식'
코스피지수의 움직임을 작년 4월 저점 이후로 넓혀보면 편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코스피가 200% 넘게 급등한 사이 시장 수익률을 웃돈 유가증권시장 종목은 10개 중 1개에 불과했다. 5개 중 1개는 하락했다. 소수의 대형주만 질주하는 ‘K자형 장세’가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성장 산업으로의 자금 이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과도한 편식은 자본시장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바이오의 역주행도 모험자본 공급 기능 약화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정부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바이오산업은 장기 연구개발(R&D)을 위한 외부 자금 수혈이 필수다. 주가 부진 장기화는 벤처캐피털(VC)의 스타트업 투자 회수 기대를 낮춘다. 결국 미래 성장동력 산업의 창업과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핵심 인재가 이탈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최근 설문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4곳 중 3곳은 ‘현재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다’고 답했다. 한국 증시의 기술특례 상장을 주도해온 바이오 벤처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퇴출 기로에 섰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한 유상증자가 어려워진 탓이다.
AI 다음 성장동력 키워야
시장은 항상 특정 산업에 열광한다. 과거 건설주로 시작해 인터넷, 조선·철강, 자동차·화학, 2차전지가 그랬고 지금은 AI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건강한 자본시장은 주도산업의 바통을 다음 주자가 이어받으며 성장해야 한다. 20여 년 전 닷컴버블 붕괴는 한 산업의 질주에 의존하는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넷 산업으로의 과도한 쏠림과 차세대 성장동력 부재는 결국 코스닥시장을 장기 침체에 빠뜨렸다.AI 낙관론이 흔들리는 순간 한국 증시의 체력도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씨앗을 키우지 못하는 증시는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 취약성은 우리 경제와 투자자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