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회피·분산 배송·가격 조작
기업 활동이 한순간에 '밀수'될 우려
'통관 컴플라이언스' 필수가 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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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리스크, 이제는 기업 존폐 문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관세 인상 불확실성은 단순한 경제 지표 변화를 넘어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각국의 보복 관세와 연쇄적 세율 인상은 필연적으로 통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사업가들에게 세관의 눈을 피하고 싶은 '위험한 유혹'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관세율이 높거나 국가 간 가격 차가 큰 품목, 또는 별도 수입 허가가 필요한 물품의 경우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기업 존폐를 좌우하는 '밀수'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다.
필자는 서울중앙지검 국제범죄수사부(옛 외사부) 수석검사로 2년간 근무하며 세관의 밀수 사건을 다수 지휘했다. 컨테이너 앞쪽에는 정상 화물을, 뒤쪽에는 밀수품을 숨기는 전통적인 '커튼치기' 수법부터 정교한 가격 조작까지 수법도 다양했다.
검사로 일하며 느낀 것은 관세법이 생각보다 훨씬 엄격하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처벌 수위가 높은 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실제 남긴 이익과 무관하게 밀수 물품은 필요적으로 몰수·추징되고, 수입 원가가 5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으로 형량도 크게 높아진다. 여기에 법인 양벌규정까지 더해지면 단 한 번의 통관 실수도 기업 존립을 흔들 수 있다.
또한 세관 특별사법경찰관들의 수사 의지는 매우 집요하다. 수사 지휘를 하며 "최소 2~3주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겠지"라고 예상했던 복잡한 밀수 사건도, 하루 이틀 뒤 밤새 보완한 두꺼운 기록을 보자기에 싸 들고 다시 검사실로 찾아오는 그분들의 열정 앞에서는 머지않아 일망타진되곤 했다.
"직구면 괜찮다"는 오해
많은 기업인은 밀수를 영화 속 범죄조직의 전유물처럼 여긴다. 하지만 실무상 형사 처벌은 거창한 음모보다 디테일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품목 분류(HS Code)의 자의적 해석, 수입 요건 회피를 위한 분산 배송, 관세 과세표준을 낮추기 위한 가격 조작 등 '약간의 편의'를 기대한 선택이 세관의 레이더망에 포착되는 순간, 그것은 곧바로 밀수라는 중범죄로 바뀐다.
동시에 세관의 동향도 유의해야 한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판매 목적의 물건은 여행자 휴대품 신고 방식으로 면세 통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따라서 상용 물품을 휴대품처럼 신고해 세금을 내지 않고 들여왔다면, 실제 세관을 통과했더라도 적법한 통관으로 볼 수 없고 '무신고 수입'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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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관은 이와 유사하게 해외직구 시 목록통관 악용 단속도 강화하는 추세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2025년 1~9월 해외직구 악용 범죄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2% 증가한 8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자가사용을 가장한 판매용 물품 밀수 등 관세사범이 56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지식재산권 침해 사범이 218억원, 불법 식·의약품 밀수 등 보건사범이 19억원 규모였다.
기업가들 사이에서는 "직구 형식이면 문제없다"는 오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세관은 수천만원대 위스키를 '유리 제품'으로 속여 들여온 의사와, 미허가 의약품을 '개 사료' 등 자가사용 물품으로 위장해 분산 배송받은 수의사를 밀수 혐의로 적발했다.
품목 분류 오류나 과세가격 누락 역시 상황에 따라 밀수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기업 활동도 한순간에 형사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게다가 세관은 AI 기반 화물 선별 시스템 등을 통해 과거보다 훨씬 정밀하게 부정 수출입을 걸러내고 있다.
"배송만 대행했다"는 변명도 어렵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밀수 처벌 대상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법원은 해외구매대행업자가 150달러 이상 물품을 150달러 이하 자가사용 물품인 것처럼 통관목록을 제출해 밀수입한 뒤 소비자에게 판매한 사건에서 징역형을 확정했다.
핵심 쟁점은 구매대행업자가 밀수입죄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단순히 물품 수취인이나 납세의무자만이 아니라, 실제 통관 절차를 주도적으로 지배·관여한 사람 역시 밀수입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 구매와 통관 절차를 실질적으로 주도했다면 "나는 주문과 배송만 대행했다"는 항변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게다가 밀수 사건은 단순한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마약·미허가 의약품 밀수는 국민 안전 문제로, 위조상품 유통은 K-브랜드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로 이어진다. 이처럼 별도의 중대한 법익 침해와 결합될 경우 사회적 파장도 커지며 주요 사건으로 비화하는 추세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적법한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은 모든 편법은 결국 거대한 형사 리스크로 돌아온다. 그것도 애초 얻으려 했던 약간의 금전적·시간적 이익보다 몇 배, 아니 몇십 배 더 큰 규모로 돌아온다.
오히려 기업가 입장에서는 "설마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을 버리고, 과도할 정도로 촘촘한 법적 검토와 통관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갖춘 뒤 수입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결국 밀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서울대 법대 및 미국 NYU(뉴욕대) 로스쿨 LL.M.(법학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국제투자법 전공)을 수료했으며,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사법연수원 32기로 20년간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 주UN대표부 법무협력관(부장검사), 법무부 국제법무과 검사, 서울중앙지검 외사부(현 국제범죄수사부) 검사 등 법무‧검찰의 국제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 국제통 검사였다. 아울러, 지식재산권(IP) 및 공정거래를 전담으로 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 검사로서 대검찰청으로부터 부정경쟁방지법 분야 공인전문검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법무부 국제법무과 재직 시, 국제결혼 파탄 후 배우자 일방이 자녀를 외국으로 임의로 데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국제 조약인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의 이행법률 및 시행규칙 제정을 주도했고, 대한상사중재원 등과 공동으로 서울국제중제센터를 설립하는 등 법적 인프라 구축에도 크게 기여했다.
현재 법무법인 LKB평산 국제센터장으로서 국제형사, 국제중재, 국제상사, 국제가사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적 사건에서 글로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