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40대 프리랜서 보험대리인 A씨는 이전 직장을 상대로 근로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퇴직금을 받으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새로 옮긴 곳에서도 그는 근로자보다 프리랜서 지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고 세금을 덜 내는 데다 근무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원하는 ‘요즘 일하는 사람’의 전형이다.
"근로자인가, 사장인가"…경계에 선 사람들
근로자와 자영업자 사이 경계에 선 ‘비정형 노동자’가 매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30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산재보험에 가입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149만218명에 달했다. 2024년 143만8067명에 비해 5만 명, 2023년 119만3801명과 비교하면 30만 명 가까이 늘었다. 산재 가입이 강제되는 특고 종사자는 보험설계사, 퀵서비스 기사, 화물차주, 대리운전기사 등이다. 가입 의무가 없는 직종까지 포함하면 실제 프리랜서 근로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들을 담아낼 ‘법적 틀’이 없다는 점이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 아니면 ‘사업주’로 가른다.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해고 제한 등 두터운 보호를 받는다. 인정받지 못하면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하는 ‘올 오어 낫싱’(전부 아니면 전무) 구조다.

그러다 보니 일터에선 온갖 꼼수와 소송이 난무한다. 사실상 근로계약인데 용역계약서를 쓰고 일하는 ‘가짜 3.3’이 대표적이다. 노동자는 근로소득세 대신 3.3%의 사업소득세만 내면 되지만 4대 보험 혜택은 물론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억지로 3.3 계약을 강요당하는 사례도 있고, 세금과 보험료를 아끼기 위해 이런 계약을 선호하는 노동자도 있다. 어떤 경우든 계약이 끝나면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노동법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인 노동을 전제로 하지만, 새로운 노동 형태는 여기에 갇히지 않는다”며 “‘자영적 근로자’에게는 사업주와의 공정한 거래와 건강권 등을 보장해주는 새로운 보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