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협상 교착? 계속 오르는 유가
27일(미 동부시간) 아침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3% 내림세로 출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 평화 협상을 위해 파키스탄으로 떠나려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파견 계획을 철회했습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남부를 공습해 14명이 사망했고요.
투자자들은 분쟁은 해결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지만,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예측 시장인 폴리마켓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개방될 가능성은 이제 0%에 가깝습니다. 5월 말까지 개방될 가능성도 38%에 그칩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를 차지하는 이 중요한 수로가 3개월 동안 폐쇄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미 재무부가 2년물(690억 달러), 5월물(700억 달러) 국채 경매를 시행했는데요. 결과는 부진했습니다. 5년물은 발행금리가 3.955%를 기록해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보다 0.5bp 높게 결정됐습니다. 2년물은 3.812%로 WI보다 0.1bp 높았습니다. 내일은 7년물(440억 달러) 경매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2. 반도체 상승세 꺾였나…"조정은 기회"
18일 연속 상승했던 반도체 주가도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고가 쏟아진 탓입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 떨어졌습니다. ARM홀딩스가 8.06%나 내렸고요. AMD는 3.79%, 마벨테크놀로지 3.71%, 텍사스인스트루먼트 2.76% 내렸습니다.
'빅숏'으로 유명한 마이클 버리는 "반도체 주식에 매수 포지션이 있다면, 지금이 팔 때"라면서 반도체 공매도에 나섰습니다. 그는 반도체 ETF인 SOXX(iShares Semiconductor ETF)에 대해 내년 1월 만기 330달러 행사가인 풋옵션을 매수했습니다. 지금보다 3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는 얘기입니다. 버리는 "18일 연속 랠리는 펀더멘털이 아닌 기술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었다. 데이터센터/반도체 부족 내러티브는 실체가 아닌 감정이다. SOXX 후행 주가수익비율(P/E)은 39.85배에 달해 닷컴버블 당시인 2000년 6월 과매수 수준에서 마지막으로 본 수치"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크론(+5.61%), 샌디스크(+8.11%) 등은 오늘도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멜리우스리서치는 "AI 사이클이 2020년대 말까지 메모리 수요를 높게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멜리우스는 "메모리 업계 주식이 과거처럼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게 되면 더 높은 주가를 지불할 의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엔비디아도 4% 급등했는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엔비디아는 2026~2027년 회계연도 동안 약 4000억 달러 이상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친 것과 거의 맞먹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 지속성과 자본 배분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심 속에 엔비디아는 이들보다 FCF 대비 약 30% 낮은 시가총액 배수에서 거래되고 있다"라면서 최선호주로 선정하고 목표주가 300달러를 제시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의 자본지출은 2025년 4110억 달러에서 2026년 649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이런 엄청난 자본지출 규모를 또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전히 컴퓨팅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투자가 얼마나 빨리 수익화되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3. 미국은 '방탄 증시'인가
지정학적 긴장과 유가 상승,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고에도 미 증시는 방탄복을 입은 것처럼 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펀더멘털인 기업 실적이 좋기 때문입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S&P500 기업 중 28%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이 중 84%가 예상치를 웃도는 주당순이익(EPS)을 공개했는데요,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78%, 10년 평균인 76%를 모두 웃도는 수치입니다. 특히 이들의 이익은 예상보다 무려 12.3% 높았습니다. 작년 4분기 +6.5%와 3분기 +6.6%의 거의 두 배이며, 지난 10년 평균 7.1%와 5년 평균 7.3%에 비해 훨씬 높은 것입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데스크는 시장에 조정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합니다.
① 최근 시장 수요의 큰 원천이었던 헤지펀드가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겁니다. 헤지펀드 고객들은 지난주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는 동시에, 매수 포지션도 축소했습니다. 최근 7개월 동안 기존 포지션을 정리하는, 이른바 '디그로싱(degrossing)' 규모가 전체적으로 가장 컸던 주였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연기금들이 월말 리밸런싱 차원에서 주식을 팔 수 있다는 겁니다. 4월 말 연기금 리밸런싱으로 인해 미국 주식 시장에서 250억 달러 이상의 매도가 나올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는 2000년 이후 기록된 역대 15위 기록 중 하나라고 밝혔습니다. 분기 말을 제외하면, 월말 리밸런싱 규모로는 역대 최대이고요.
④ 증시 상승세가 불균형하고 단 몇 개의 기업, 즉 최근 빅테크에 의해서만 주도되고 있다는 겁니다. 골드만은 "증시 흐름은 계속해서 좁은 폭(breadth)을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⑤ 투자자 포지셔닝이 "과도하게 확장(stretched)"되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골드만삭스 트레이딩데스크도 "어떠한 조정도 매수 기회로 활용되어야 한다"라면서 "올해 말 S&P500 지수는 현재 수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은 S&P500이 사상 최고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를 계속해야 한다고 권합니다. 이란 전쟁이 두 달째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시장의 모든 약세 상황을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올해 있을 조정은 기본적으로 2022년 약세장과는 다를 것이라는 건데요. 지정학적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 쇼크로 인해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이런 유가 상승이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는 이유입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강력한 이익 성장, 확장되는 자본지출 사이클, 진행되고 있는 AI 도입 등이 시장을 지탱할 것으로 봅니다. 기업 이익과 관련해 "1분기 어닝시즌을 보면 긍정적 서프라이즈가 장기 평균의 약 두 배에 달한다. 더욱이 올해 2분기와 2026년 연간 이익 추정치는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으며, 4월 한 달 동안에만 각각 2%와 3%씩 올라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증가하는 이익은 자본지출 사이클에도 기여합니다. 트럼프감세법에 따른 세제 혜택까지 합쳐져 기업들의 자본지출 성장은 10%에 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AI 도입은 모멘텀을 구축하는 또 다른 요인인데요. 1년 전에는 S&P500 기업의 13%가 AI 도입 이점을 언급했는데, 1분기 어닝시즌에는 25%로 증가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직원당 생산성이 다른 산업보다 더 빨리 상승하고 더 많이 가속화되었다"라고 분석합니다. 윌슨 CIO는 "인플레이션 상승, Fed의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우려가 채권 변동성 급증 및/또는 자금 시장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지만 관리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4. 도미노 "소비 팬데믹 수준"…필수소비재 급락
엔비디아, 마이크론과 알파벳 등 몇몇 주식이 크게 오르면서 주가는 오후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12%, 나스닥은 0.20% 오름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다우는 0.13% 하락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0.05%)는 아침 한때 2% 가까이 내리기도 했는데요. 오픈AI와의 계약 개정으로 오픈AI 모델에 대한 독점 사용권이 사라진 데 따른 것입니다. 대신 MS는 앞으로 오픈AI 모델을 판매한 데 따른 수익 일부를 오픈AI에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필수소비재 업종의 급락에는 도미노피자(-8.87%)의 매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도미노피자는 미국 내 기존 매장 매출이 0.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월가가 기대한 2.3% 성장보다 훨씬 낮은 겁니다. 회사 측은 "특히 3월 매출이 둔화되었다. 소비 심리가 팬데믹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였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