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50년 OPEC 탈퇴…그 뒤엔 '달러 동맹' 미국 있었다? [글로벌 머니 X파일]
UAE의 OPCE 탈퇴
그러나 UAE의 지위는 다르다.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에 이은 OPEC 3위 산유국이다. 베이커연구소는 2023년 보고서에서 OPEC 쿼터 제약이 사라진 UAE가 자유롭게 증산할 경우 연간 5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OPEC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탈이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닌 이유다.
업계에선 UAE의 OPEC 탈퇴 조짐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탈퇴 발표 6일 전인 지난 22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많은 걸프 동맹국이 스와프라인을 요청해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스와프라인의 목적이 "달러 자금시장의 질서를 유지하고 미국 자산의 무질서한 매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며 "스와프라인은 UAE와 미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답변했다.
최근 케빈 해세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UAE를 "매우 가치 있는 동맹국"이라며 "재무부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2일 CNBC 인터뷰에서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봉쇄로 UAE의 원유 수출은 막히고 외환수입이 급감했다. 미국이 동맹국 안정화를 위해 유동성 공급을 검토했다. 이는 사실관계만 보면 자연스러운 해석이다. 하지만 UAE가 그렇게 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 S&P는 지난달 UAE에 단기 신용등급 최고치, 장기 신용등급 사실상 최고치를 부여했다.
그 근거는 상당한 규모의 재정 등이었다. UAE의 통화 디르함의 달러 페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부다비 국부 펀드들은 전쟁 와중에도 요르단에서만 23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진행했다. UAE는 빌릴 돈이 절실한 나라가 아니다.
달러 유동성이 필요한 UAE
하지만 UAE의 페그 시스템 작동 원리를 보면 UAE가 미국 달러가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UAE는 1달러=3.6725디르함의 고정환율이다. 1997년부터 유지해 왔다. 페그 방어는 매 거래일 단위로 디르함의 달러 환전 수요를 즉각 채우는 것이다.호르무즈 봉쇄로 원유 수출이 막히면 일일 달러 유입이 끊긴다. 보유외환 2850억 달러는 상당한 규모다. 하지만 페그를 지지하는 운영 자금이다. 해운 보험료 상승, 관광·항공 산업 위축,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일부 유출 등이 누적되면 보유고는 예상보다 빠르게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업계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 걸프 산유국 국부펀드의 미국 자산 매각은 시장에 '달러 페그가 흔들린다'는 메시지로 해석되기 쉽다. 이 메시지는 그 자체로 페그에 대한 투기적 공격을 자초해 위기를 부를 수 있다. 페그의 신뢰가 흔들리면 기업,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디르함을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그 수요는 외환보유고가 아무리 많아도 시간 압박 안에서는 다 채우지 못한다.
베센트 재무장관의 청문회 발언은 이런 대목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스와프라인의 목적을 "달러 자금시장의 질서 유지와 미국 자산의 무질서한 매각 방지"로 정의했다. 미국이 UAE에 달러를 공급하면 UAE는 자국 국부펀드의 미국 자산을 급매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UAE의 페그 방어 비용을 낮추고, 미 국채, 주식 시장에서의 매도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를 갖는다. 양국에 동시 이익이라는 베센트 재무장관의 표현은 단순히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미국 입장에선 UAE에 달러 스와프를 보장하는 대가로 UAE의 OPEC 이탈과 사우디 주도의 OPEC 외부에서 자유로운 증산을 묵인 또는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OPEC을 "세계를 등쳐먹는 카르텔"로 규정해왔다. 미국의 걸프 안보 제공과 OPEC의 가격 책정 행태를 명시적으로 연결해왔다.
이번 UAE의 조치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될 경우 UAE의 증산으로 유가 하락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호르무즈가 막혀 있는 한 UAE의 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기 유가 흐름은 OPEC 카르텔 약화보다 호르무즈 동향에 더 민감할 가능성이 높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