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의 자금 조달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국고채 시장에 한발 빨리 반영되며 회사채 조달 금리가 치솟았다. 시설 투자 등 기업의 미래를 위해 써야 할 자금이 금융 비용으로 새어 나가는 형국이다. 모자회사 중복 상장 금지로 계열사 상장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회사채 시장까지 경색되자 ‘플랜B’를 찾는 기업이 늘었다. 계열사 지분을 내다 팔거나 모회사에 대출을 요청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36조46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조4184억원)에 비해 약 20% 줄어들었다. 1분기 기준 회사채 시장이 역성장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한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회사채 발행 기업은 작년 98곳에서 올해 74곳으로 감소했다.

에쓰오일은 이달 초 5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으나 극심한 금리 변동성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상반기 내 만기가 돌아오는 1600억원어치 채권을 차환해야 하는 에쓰오일은 회사채 발행 대신 모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에서 대출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국·이란 간 긴장이 고조된 직후 금리 추이를 지켜보기 위해 예정된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LS일렉트릭도 지난달 31일로 예정한 3000억원 규모 회사채 조달 계획을 연기했다. 회사채 금리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석 달 사이 연 3.0%에서 연 3.5% 안팎으로 0.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시장 변동성도 커졌다. 미국·이란 전쟁으로 하루 금리가 0.2%포인트씩 널뛰어 회사채 발행 시점을 잡는 게 쉽지 않다.

기업들은 고육지책으로 유상증자에 기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KC는 지난 2월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들 기업이 소액주주 반발을 무릅쓰고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기존 채무를 상환해 금융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 크다.

배정철/최석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