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 5만원권 지폐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지난 3월 한국은행에서 17조원을 일시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단기 자금 공백이 발생하면서 재차 한은 차입에 나선 것이다.

5일 한국은행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월 한 달간 한은에서 17조원을 빌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5조원을 차입한 뒤 올해 1월 이를 모두 갚았고, 1월과 2월에는 추가 차입이 없었다가 3월 들어 다시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했다.

이 가운데 3조7000억원은 3월 중 상환했지만, 나머지 13조3000억원은 월말까지 갚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한은에 지급하는 이자만 76억8000만원에 달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은 세입이 국고에 들어오는 시점과 세출 집행 시점 사이의 간극으로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한 제도다. 필요할 때마다 한도를 활용하는 구조여서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이 제도 사용이 잦을수록 세입·세출 흐름의 불일치가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정부의 한은 차입은 지난해에도 큰 폭으로 이뤄졌다. 연간 누적 차입 규모는 164조5000억원, 이자 부담은 1580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173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5조원을 빌리고도 연말까지 약 1조3000억원의 국방비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보다 정교한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2021년 61조3000억원, 2022년 52조6000억원의 초과 세수가 발생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56조4000억원, 30조8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났다.

올해는 연초부터 25조원 이상의 초과 세수가 예상되지만, 정부의 일시 차입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 운용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박성훈 의원은 "초과 세수에도 시급한 자금 흐름을 관리하지 못해 사실상 대규모 돌려막기에 나선 셈"이라며 "'마이너스 통장' 의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