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 카네기홀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 카네기홀 제공.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2026/27 시즌 세계 최고의 무대 세 곳을 모차르트로 채운다. 뉴욕 카네기홀, 런던 위그모어홀, 빈 황금홀(뮤지크페어라인)이다. 한 시즌에 세계 최정상의 공연장을 같은 작곡가로 순회하는 피아니스트는 클래식계에서도 드물다. 22세의 나이에 기교보다 해석이 더 어렵다는 모차르트 소나타를 들고 세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이 연일 화제다.

대장정의 중심축은 카네기홀이다. 임윤찬은 올해 10월 21일을 시작으로 12월 14일, 내년 3월 24일, 5월 11일까지 총 4회에 걸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8곡과 환상곡 3곡, 총 21곡의 전곡 사이클을 펼친다. 카네기홀에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사이클이 열리는 것은 1964년 이스라엘 피아니스트 하노크 그린펠트 이후 62년 만이다. 카네기홀 측은 이를 "확인 가능한 기록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공연"이라고 밝혔다. 내년 5월 11일, 마지막 네 곡의 소나타로 전곡 사이클의 문을 닫는다.

가장 큰 화제는 그의 나이다. 안드라스 쉬프, 다니엘 바렌보임 같은 거장들이 전곡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대개 40대 이후였다. 바렌보임이 20대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에 도전한 것이 대표적 선례로 꼽힌다. 슈나벨, 브렌델, 바렌보임 등이 카네기홀 베토벤 전곡 사이클로 음악사에 이름을 새겼듯, 22세 임윤찬의 모차르트 대장정 역시 훗날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런던 위그모어홀. 조민선 기자.
런던 위그모어홀. 조민선 기자.
런던 위그모어홀에서도 같은 기간 모차르트 시리즈가 펼쳐진다. 오는 10월 15~16일과 12월 8~9일에 이어 내년 상반기에도 무대에 오른다. 아티스트 선정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위그모어홀이 임윤찬에게 모차르트 시리즈를 맡겼다는 것 자체가 그를 독보적인 해석가로 공인한 것으로 읽힌다. 올해 창립 125주년을 맞은 위그모어홀은 이고르 레빗의 베토벤 소나타 전곡 사이클과 함께 임윤찬의 모차르트를 시즌의 양대 축으로 내세웠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황금홀. ⓒ Dieter Nagl for 빈 필하모닉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황금홀. ⓒ Dieter Nagl for 빈 필하모닉
시즌의 상징적 클라이맥스는 2027년 3월 16일 오스트리아 빈의 뮤지크페어라인, '황금홀'이다. 매년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가 열리는 이곳은 화려한 황금 장식과 완벽한 잔향으로 세계 클래식 팬들이 꼽는 최고의 성지다. 웬만한 거장도 서기 힘든 무대에 22세 임윤찬이 리사이틀로 오른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초기 소나타(K.280·281·283)와 환상곡 C단조(K.475), 소나타 C단조(K.457)로 구성된다. 베토벤 '비창' 소나타에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진 단조 걸작들로 마무리되는 이 공연은 모차르트가 생의 대부분을 보낸 빈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임윤찬이 평소 "작곡가가 살았던 시대의 공기를 느끼며 연주하고 싶다"고 밝혀온 철학이 직접적으로 구현되는 무대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