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큰 선물'은 휴전? 해협 통과?…아직 못 믿는 월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하지만 장 마감 뒤 변수가 생겼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큰 선물을 보냈다"라고 했는데요. 이란은 "비적대적 선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라고 밝혔고요. 이스라엘 채널12 TV는 "휴전이 곧 발표될 수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내로 양국 협상이 열릴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1. 트럼프 "협상 진행중"이라는데
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매우 좋고 생산적 대화"를 시작했다며 이란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연기한 덕분에 유가가 떨어지고 증시에서는 랠리가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란이 회담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부인한 데 이어 밤사이 양측이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유가가 아침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이란은 이스파한의 가스 시설, 코람샤르의 송유관이 피해를 입었다며 보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 이스라엘의 핵발전소가 있는 디모나, 수도 텔아비브 등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고요. 쿠웨이트에서는 정전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란은 또 사망한 알리 라리자니의 후임으로 이슬람 혁명 수비대 출신의 강경파 인사,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를 국가 안보 최고 책임자로 임명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 공격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보도(월스트리트저널)도 나왔습니다. 사우디 참전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가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전쟁을 계속하라고 압박했다고 썼습니다. 이 지역을 재편할 "역사적 기회"라는 겁니다. 다만 사우디와 UAE는 이란이 전력 및 수자원 시설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실제로 실행에 옮길 경우에만 전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썼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집트, 터키, 파키스탄 중재국들은 미국과 이란이 신속하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양측은 여전히 "큰 입장 차이"를 보인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료들을 인용해 논의가 초기 단계이며 실질적 내용이 있지는 않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뉴스들이 이어지면서 장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습니다. 중재국들을 거쳐 협상을 하자는 대화가 시작된 것은 맞지만, 합의와 가까운 상황은 아닌 것이죠.
24일 아침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4~0.8%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분위기가 좀 바뀐 것은 오전 10시50분께 나온 CNN 보도 덕분이었습니다.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 사이에 "대화 시도"가 있었으며,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지속 가능한" 제안에 귀 기울일 용의가 있다고 전한 것입니다. 이 소식통은 "여러 중개자를 통해 메시지가 오갔다. 워싱턴 주도로 접촉이 있었지만, 본격적 협상 단계에는 이르지는 못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란은 핵무기를 절대 개발하지 않겠다는 모든 필요한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핵 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 어떤 제안이든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2. 이란 선물은 해협 통행?
장 마감 뒤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에 보낸 서한이 발표됐는데요. "외국 선박이 이란에 대한 공격 행위를 지원하지 않고 테헤란이 정한 규정을 준수하는 한 이란 당국과의 협의 하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행을 보장받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한 다른 국가 선박을 제외한 비적대적 선박은 통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큰 선물'은 이것일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란에 15개 합의안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는 ▲이란의 기존 핵 능력 해체 ▲기존 농축 우라늄의 국제에너지기구(IAEA) 이전 ▲이란의 '대리세력' 전략 포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 상태로 유지 ▲탄도미사일은 방어 목적으로만 사용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 해제 등을 담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파키스탄을 경유해 전달된 이 계획이 이란에서 얼마나 공유되었는지, 이란이 이를 협상의 기초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라고 썼습니다. 채널 12는 “이스라엘은 해당 제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이 그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어디까지 합의가 이뤄진 것인지, 이번 주에 만날 것인지 등 아무 것도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인데요. 해군 제독 출신인 칼라일의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부회장은 관전 포인트를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① 협상에서 주목할 점=현재까지는 비공식 채널 중심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쿠슈너와 위트코프 특사의 움직임을 주목하라고 했습니다. 이들이 협상을 담당해 온 만큼, 만약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이들이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겁니다. 스타브리디스 부회장은 "쿠슈너와 위트코프가 제네바 같은 중립 지역으로 이동하기 전에는 양측이 본격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② 해병대 투입한다면=중동으로 향하고 있는 두 개의 해병대는 이란의 하르그섬,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안선, 심지어 농축 우라늄 비축 시설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상륙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첫 대규모 지상군 투입의 시작으로, 상황은 더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③ 해협 문제가 풀릴지=이란은 기뢰, 소형고속정, 드론, 단거리 탄도미사일, 해안포 등 해협을 ‘강제 봉쇄’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악의 경우 유조선을 침몰시켜 항로 자체를 물리적으로 봉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만약 이란이 이렇게 격렬한 대응을 선택한다면 군사력을 해협 주변으로 집중할 것이라며, 이를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3.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
S&P글로벌은 매달 세계 주요 국가를 대상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발표하는데요. 오늘은 3월 PMI 잠정치가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아시아부터 시작해 유럽, 미국 등에서 줄줄이 나온 PMI는 벌써부터 높아진 유가가 이미 각국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S&P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로존 : 종합 PMI는 2월 51.9→50.5로 집계돼 10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서비스업 PMI가 51.9→50.1로 크게 하락한 탓입니다. 그나마 제조업은 50.8→51.4로 개선됐습니다. 투입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돌아섰습니다. ING는 "중동 분쟁 발발 이전 유럽 기업들의 낙관론은 강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3월 기업들 전망은 훨씬 어두워졌으며, 투입 비용의 상당한 증가와 공급망 차질을 보고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국채 금리가 뛴 이유는 유가 상승 외에도 몇 가지 더 있습니다.
4분기 생산성 수정치가 발표됐는데요. 생산성 증가율은 이전 2.5%에서 1.8%로 하향 조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단위 노동 비용이 이전 추정치인 3.1%를 웃도는 4.4%로 발표됐습니다. 기존 생각보다 생산성이 낮고 노동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입니다.
4. 이어지는 사모대출 불안
전쟁 외에도 악재들이 몰려나왔습니다. 먼저 사모대출 불안입니다.
아폴로매니지먼트는 자산 150억 달러 규모의 비상장 사모대출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빗발치자 환매를 제한했습니다. 전체의 11.2%에 달하는 규모의 상환 요청이 들어오자, 환매 한도를 5%로 제한한 것입니다. 아레스매니지먼트도 107억 달러 규모 사모대출 펀드에서 환매를 제한했습니다. 11.6%에 대한 환매 요청을 받자, 환매 금액을 5%로 막은 것입니다. 아레스는 환매 요청의 대부분은 전체 주주의 1% 미만인 소수의 패밀리 오피스와 소규모 기관 투자자가 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매우 부유한 투자자들이 환매에 앞장서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퓨처스탠다드와 KKR이 함께 운용하는 한 사모대출 펀드(FS KKR 캐피털 코퍼레이션)에 대해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강등했습니다. 무디스는 "지속적인 자산 건전성 문제"로 인해 수익성과 펀드 포트폴리오 가치가 동종 업계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블랙스톤, KKR, 아폴로, 아레스 등 대체 자산 운용사 주가가 장 초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블랙스톤은 1.25% 떨어졌고요. 아레스는 0.97%, 블루아울 1.43% 내렸습니다. 하지만 아폴로는 0.72%, KKR은 0.08% 상승했습니다.
세일스포스 6.23%, 서비스나우 5.68%, 인튜이트 5.38%, 스노우플레이크 7.38%, 데이터독 5.15%, 워크데이 5.67% 등 주요 소프트웨어 주식들이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소프트웨어 업종 ETF인 IGV는 4.29% 떨어졌습니다. 지난 2월23일 76.26달러를 바닥으로 반등을 시작해 88달러 근처까지 회복했었는데요. 오늘 80.82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5. 기술주 하락 주도
결국 주가는 내림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0.37%, 다우는 0.18% 내렸는데요. 나스닥은 0.84%나 떨어졌습니다.
사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금값 상승세는 중국, 터키, 폴란드 등 각국 중앙은행이 주도했습니다. 가격이 싸진 만큼 중앙은행들이 금 매수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는데요. 일부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카타르를 제외한 금 매수를 늘려온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에너지 수입국이라는 겁니다. 현재와 같은 유가 급등을 고려할 때 이들 국가는 외화 부족, 환율 압박을 겪을 수 있고요. 금을 매수하기보다는 매도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겁니다. 실제 터키중앙은행이 리라화 방어를 위해 1350억 달러 규모의 금보유고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팔아치우는 거래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트레이딩데스크는 "현재 분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더 이상 공격적 장기 투자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비중을 많이 줄인 상태도 아니다. 포지션 재조정이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이 완료되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