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의 환호도, 나라별 스타 선호도 모두 ‘현지화된 한류’다

한류의 세계화는 이제 단순한 번역의 문제가 아니다. 자막을 현지 언어로 바꾸고 홍보 문구를 다듬는 수준을 넘어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콘텐츠의 핵과 껍질을 구분하는 능력이다. 우정, 성장, 회복, 연대 같은 보편 정서는 유지하되, 그것이 전달되는 방식은 지역별로 달라져야 한다. 같은 노래, 같은 무대라도 어떤 나라에서는 ‘완성도’가 중심 감동이 되고, 어떤 나라에서는 ‘정체성의 귀환’이 핵심 감정이 된다. 이것이 로컬리제이션 2.0의 출발점이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대만이다. 최근 가오슝 공연에서 TWICE의 쯔위(周子瑜)가 처음으로 고향 팬들 앞에 섰을 때, 반응은 단순한 환호를 넘어 거의 ‘귀환의 감격’에 가까웠다. 현지 언론은 쯔위의 홈커밍 자체를 큰 뉴스로 다뤘고, 가오슝의 주요 랜드마크들이 공연을 기념해 점등될 정도로 지역적 상징성이 강하게 작동했다. 쯔위가 중국어로 인사를 건넨 장면은 '한국 아이돌의 해외 공연'이 아니라, 대만 관객에게는 '우리 지역 출신 스타의 귀환'으로 읽혔다. 같은 TWICE 공연이지만, 대만에서는 팀의 완성도 못지않게 쯔위라는 인물의 정체성이 감동의 통로가 된 것이다.

일본은 또 다르다. 일본 시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동방신기(TVXQ)가 대표적인 장기형 한류 스타였고, 최근에는 TWICE, 그중에서도 일본인 멤버들로 구성된 MISAMO(미나·사나·모모)가 매우 강한 현지 밀착형 반응을 이끌어 왔다. 오리콘 집계에서 TWICE와 MISAMO가 꾸준히 일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TWICE가 일본 대형 스타디움 공연을 이어가는 것은 일본 팬들이 단순히 '한국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문화권과 접점이 있는 팀을 더 안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본에서는 쯔위식 ‘귀환의 감격’보다, TWICE·MISAMO처럼 친숙성과 장기 신뢰를 주는 스타가 더 강하게 작동하는 셈이다.

동남아는 또 다른 지도다. 태국에서는 BLACKPINK의 리사(Lisa)가 단순한 인기 스타를 넘어 관광과 소비를 움직이는 상징이 되었고, 태국 출신인 GOT7의 뱀뱀(BamBam) 역시 현지에서 강한 친연성을 형성해 왔다. 이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 출신 멤버가 세계 무대에서 성공했다”는 자부심이 강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동남아에서는 무대의 세련미만큼이나 출신성·친근감·현지 언어 접점이 중요해진다. 같은 한류라도 이 지역에서는 ‘스타의 글로벌 완성도’보다 ‘우리와 연결된 성공’이 감정의 핵심 포인트가 된다.
 사진=블랙핑크
사진=블랙핑크
미국과 북미 시장으로 가면 감정의 문법은 다시 바뀐다. 이곳에서는 특정 지역적 출신성보다 세계적 브랜드성과 퍼포먼스의 규모가 훨씬 중요하게 읽힌다. BTS, BLACKPINK, Stray Kids 같은 팀이 미국에서 강하게 소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빌보드는 2025년 미국 K-팝 팬덤 조사를 내놓으며 미국 시장의 팬 소비와 참여 패턴을 따로 분석했고, Stray Kids는 북미 투어에서 대형 수익과 관객 동원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우리 지역 출신이냐”보다 “이 팀이 지금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에 있느냐”가 더 큰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다. 즉, 미국형 로컬라이제이션은 친연성보다 브랜드의 세계성 쪽에 가깝다.

이렇게 보면 나라별로 좋아하는 한류 스타가 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만에서는 쯔위, 일본에서는 TWICE와 MISAMO, 동방신기, 태국을 포함한 동남아에서는 리사와 뱀뱀, 미국에서는 BTS·BLACKPINK·Stray Kids처럼, 각 시장은 자기 방식으로 한류를 선택한다. 어떤 곳은 혈연과 지역 정체성으로, 어떤 곳은 친숙한 언어와 장기 신뢰로, 어떤 곳은 세계적 브랜드의 위상으로 접속한다. 한류가 강하다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똑같이 소비된다는 뜻이 아니라, 각 나라에서 다른 이유로 사랑받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로컬리제이션 2.0의 핵심은 분명하다. 핵은 유지하고, 감동의 통로는 다르게 설계하는 것. 한류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로 세계를 상대하지 않는다. 각 지역이 더 강하게 반응하는 스타와 정서를 읽어내고, 그에 맞춰 자막·홍보·동선·상징을 조정한다. 바로 그 섬세한 차이가, 같은 콘텐츠를 어느 나라에서는 ‘좋은 공연’으로, 어느 나라에서는 ‘잊지 못할 사건’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차이를 읽는 능력이야말로, 앞으로 한류가 더 오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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