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뛰자…李 '가격상한제' 지시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중동 사태 이후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폭등하자 “지역·유류별로 현실적인 최고 가격을 신속하게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최고가격제는 큰 폭으로 뛴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상한선을 정하는 강력한 가격 통제 장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유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며 석유류 제품에 최고 가격을 지정할 것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시장 환경을 악용해 매점매석이나 폭리를 취하려는 시도를 강력하게 단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주유소가 공급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는 행위를 ‘바가지’로 규정하고 영업 정지나 담합 조사 같은 기존 제재를 넘어서는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889원으로, 중동 사태 직전인 지난달 27일 L당 1754원에서 6일 만에 7.7% 뛰었다. 경유는 같은 기간 L당 1667원에서 1895원으로 13.7% 급등했다. 정유업계는 “중동 사태 직후 소매 수요가 폭증해 주유소의 유류 재고 소진 속도가 빠르다”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국내 기름값도 따라 오르고 있다.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안내판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최혁 기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자 국내 기름값도 따라 오르고 있다.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안내판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최혁 기자
이 대통령이 주문한 최고 가격 지정은 석유사업법을 근거로 한다. 이 법 23조는 석유 수입·판매 가격이 급등락할 경우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고액 또는 최저액을 지정할 수 있다. 석유엔 적용된 적이 없지만 석탄·연탄 등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시행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이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유류만 이렇게 방치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유가 문제, 원유 조달 문제는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는 일”이라며 원유, 가스, 나프타 수입처 다각화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자금 시장 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100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적절하고 신속하게 집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 “중동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과 해운 분야는 이번 상황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신속하고 폭넓은 정책 금융 지원을 서두르길 바란다”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