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바오바오 스토어
사진=바오바오 스토어
최근 글로벌 패션 업계가 오프라인 리테일과 런웨이 쇼를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뉴욕 패션의 최전선에서 브랜드의 비전을 물리적 공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는 한국인 크리에이터의 활약이 눈길을 끈다.

업계에 따르면 공간 경험 디자인(Spatial Experience Design)을 전공한 김민서(Minseo Kim)가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미국 첫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 런칭을 포함해 텔파 (Telfar),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 등 뉴욕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의 핵심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행하며 현지에서 주목받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민서는 현재 이세이 미야케 U.S.A의 VMD 및 마케팅 책임자로, 브랜드의 오프라인 전략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뉴욕 소호 프린스 스트리트(Prince Street)에 문을 연 '바오바오 이세이 미야케' 플래그십 스토어 프로젝트에서 그의 역량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전통 화로 '이로리'를 모티프로 설계된 이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을 넘어 고객들이 소통하는 커뮤니티 허브를 지향한다. 김민서는 이 추상적인 공간 컨셉이 실제 고객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VMD 설치 및 리테일 활성화(Activation) 전 과정을 총괄 조율했다. 디자인 팀과 긴밀히 소통하며 브랜드의 미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한편, 벤더 관리와 물류 등 복잡한 실행 단계를 매끄럽게 완수하며 소호의 새로운 랜드마크 탄생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김민서는 젠더리스 패션의 아이콘 '텔파(Telfar)'의 디자이너로서 근무하며 브랜드의 역사적인 모멘텀을 함께했다. 지난 6월 뉴욕 텔파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대중에게 공개된 텔파의 20주년 기념 쇼는 기존 패션쇼의 문법을 파괴한 파격적인 행사로 화제를 모았다.

김민서는 기술적 피팅과 실루엣 정교화를 책임지는 동시에 쇼의 프로덕션의 핵심 실무를 진행하며 브랜드의 실험적인 시도가 현실화되는 데 일조했다. 아울러 팝스타 비욘세의 월드 투어 의상 제작 과정에서 공장 커뮤니케이션과 납품 관리를 전담하는 등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입증했다.
윌리차바리아 24AW
윌리차바리아 24AW
그는 2024 A/W 시즌, 뉴욕 패션계의 또 다른 강자 '윌리 차바리아'의 패션디자이너로서도 활약했다. '세이프 프롬 함(Safe From Harm)' 컬렉션 당시 외부 제작 대행사와 협력 해 무대 설치를 기획하고, 컬렉션 의상의 패턴 제도 및 테크팩(Tech Pack) 작성 등 디자인 개발의 기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디자인 감각뿐만 아니라 정교한 테크니컬 실무 역량까지 겸비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IT(패션 인스티튜트 오브 테크놀로지) 출신인 김민서는 도미 전 한국의 젠틀 몬스터 (Gentle Monster) 서울도산 플래그십에서 스토어 브랜딩팀에서 근무하며 공간 브랜딩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당시 몽클레르 협업 팝업 스토어의 VMD를 관리해 일 매출 9만2000달러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또한 LVMH의 자체 교육 프로그램인 'Inside LVMH' 자격증을 취득하며 럭셔리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

김민서는 단순히 보여지는 디자인을 넘어,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공간과 경험으로 치환하는 것이 목표"라며 "뉴욕 현지에서 한국인 크리에이터로서의 전문성과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