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칼럼] 돌봄 외주화 '두 번째 파도'를 넘는 법
타인의 취약함을 돌보는 것이 문명
韓 대가족의 단단한 돌봄 시스템
핵가족화로 돌봄 생태계 해체
요양보호사 부족에 간병비 급증
선진국도 해외 인력 확보에 '총력'
간병인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김주완 국제부 차장
韓 대가족의 단단한 돌봄 시스템
핵가족화로 돌봄 생태계 해체
요양보호사 부족에 간병비 급증
선진국도 해외 인력 확보에 '총력'
간병인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김주완 국제부 차장
반세기 전 한국 대가족 사회에선 문명의 유산이 단단했다. 홀로 음식을 먹거나 지낼 수 없는 아이는 온 가족이 돌봤다. 조부모의 쇠락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세대를 거쳐 자연스럽게 흡수됐다. 고도화된 산업화는 삶의 지형을 뿌리째 바꿨다. 맞벌이의 일상화와 급격한 핵가족화는 가정 내 고유의 돌봄 생태계를 해체했다. 부모들은 일터로 나가며 아이를 어린이집과 베이비시터에게 맡겼다. 가정의 재생산을 돈으로 타인에게 맡기는 자녀 돌봄의 외주화가 현대사회의 첫 번째 새로운 표준이 됐다.
최근엔 그보다 거대한 두 번째 파도가 우리 사회를 덮쳤다. 어르신 돌봄 공백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1%를 넘어서며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65세 이상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13%에 달한다. 노부모를 곁에서 모실 가정이 급속히 줄었다는 뜻이다. 자녀 돌봄에 이어 어르신 돌봄도 외부의 손길을 빌리는 외주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기꺼이 빚을 내 비용을 치르려 해도 돌봄 문제가 쉽게 해결되진 않는다.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간병 비용이 급격히 오른 이유다. 육체적·감정적 노동에 지친 요양보호사들이 현장을 등지고 있다. 요양병원 간병인의 근속 1년 미만 비율이 44%에 달해 이직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달 초 성남시의회가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 촉구 결의안을 낼 정도로 현장의 인력 유출은 심각하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은 비슷한 해법을 찾았다. 외부에서 돌봄 인력을 확보했다. 초고령사회의 폭탄을 먼저 맞은 일본은 동남아 지역에 어학원까지 세워 돌봄 인력을 흡수하고 있다. 독일은 필리핀, 베트남 등과 국가 간 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돌봄 인력의 이주 경로를 마련했다.
국내 간병 인력 상당수도 이미 외국인이다. 2023년 기준 국내 요양병원 간병인 중 외국인 비중이 46%에 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2028년이면 11만여 명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전망이다. 정부도 대응은 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24개 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선정했다. 외국인 돌봄 인력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
세계가 해외 돌봄 인력에 매달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외국 돌봄 인력도 무한정 솟아나는 화수분이 아니다. 선진국끼리 서로 유치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미 일부 국가에선 외국인 없는 가족 돌봄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12월 대만의 이주 돌봄 노동자가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서자 국가 요양 시스템이 흔들렸다.
한국은행은 2024년 외국인 돌봄 서비스 인력을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돌봄 업종만 최저임금을 낮추자고 했다. 중산층의 외국인 돌봄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었지만 그로 인해 내국인 돌봄 인력의 처우가 열악해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금도 일각에선 “동남아시아의 값싼 노동력으로 간병인 빈자리를 채우자”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오만이다.
그들은 스마트폰으로 조금만 검색해도 한국이 몇 번째로 일하기 좋은 곳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외부 돌봄 인력에 대한 시각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 그들은 싼맛에 부리는 노동력이 아니다. 우리 가족의 고통을 껴안고 생명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는 고마운 파트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