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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 추억 찢겨나간 듯" 눈물…홈플러스 안산 '마지막 날' [현장+]
홈플러스, 수도권 첫 진출 지역 안산서 완전 철수
24년 이어온 안산고잔점 마지막 영업에 시민들 발길
"지원 없으면 회생 불가"…남은 점포도 '벼랑 끝' 처지
24년 이어온 안산고잔점 마지막 영업에 시민들 발길
"지원 없으면 회생 불가"…남은 점포도 '벼랑 끝' 처지
지난달 31일 폐점을 앞둔 경기 안산시 홈플러스 안산고잔점은 운영 마지막날임에도 매장을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상당수 시민이 텅 비어버린 매대를 보며 아쉬워하는 가운데 고등학생 또래 여학생 둘은 "정말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좋으냐"며 훌쩍이기도 했다. 평범한 마트지만 세월의 무게가 누군가에게는 평생과 맞먹는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모습이었다.
홈플러스 안산고잔점은 2002년 '까르푸 안산점'으로 문을 열었다. 이후 홈에버 안산점을 거쳐 홈플러스 안산고잔점으로 간판을 바꿔달면서도 인근 주민들에게는 변함없이 일상 속 장보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가족과 함께 점포를 찾은 한 30대 주민은 "초등학생 때 까르푸 안산점이 문을 열어 부모님 손 잡고 왔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개점을 축하하는 판촉 행사를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날이 운영 마지막 날인 터라 매장 진열대는 모두 비어 있었고, 가공식품 매대도 비어있는 공간이 더 많았다.
'폐점까지 30% 할인'이라 적힌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지만, 매장을 찾은 시민들은 남은 물건들을 쉽사리 집어 들지 못했다. 40대 황모 씨는 "마지막날이라 아쉬운 마음에 매장을 찾았다"며 "마트에 왔으니 뭐라도 사야 하는데, 텅텅 빈 매대를 보니 마음이 무거워 선뜻 손이 가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직원들 역시 상실감을 호소했다. 까르푸 안산점부터 시작해 안산고잔점을 20년 넘게 지켜왔다는 한 직원은 "지금 이 상황이 꿈 같다"며 "처음 문을 열 때부터 근무해온 사람들에게 점포 폐점은 단순한 인사이동이 아니다. 내가 더 열심히 일하지 못해서 이렇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미 월급은 끊겼고 점포를 옮기더라도 회사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다시 한번 열심히 해보자고 스스로 다독이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상당수 직원은 다른 점포로 가는 대신 이번 폐점을 겪으면서 아예 그만두는 걸 선택했다"고 털어놨다. "아직은 괜찮은데 내일 아침 정말로 문 닫은 매장을 마주하면 어떤 기분일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오후 10시, 안산고잔점 건물 외벽의 빨간색 홈플러스 간판 불도 꺼졌다. 2000년 안산점을 시작으로 지역 상권을 지켜온 홈플러스가 이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순간으로, 아쉬운 마음에 불 꺼진 매장을 휴대폰 사진으로 남기는 시민들도 볼 수 있었다.
홈플러스 직원대의기구인 한마음협의회는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운영자금 대출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당장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향후 어떤 방법으로도 회생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지난달 국회 긴급좌담회에 참석해 외부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도 같은 이유다. 조 대표는 "정상적 상황과 비교해 매장 물품이 50% 수준으로 줄었다"면서 "회생은 직원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긴급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생 시계가 멈출 수 있다"고 호소했다.
안산=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