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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댓글 공작 잡겠다"는데…IT업계 고개 젓는 이유 [홍민성의 데자뷔]
데자뷔 ⑧ '댓글 국적 표기제'
"실효성 없어"…IT 업계만 곤혹
"실효성 없어"…IT 업계만 곤혹
'VPN 우회' 앞에선 무용지물…기술적 실효성 제로
수많은 VPN 업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대형 VPN 업체의 IP 주소를 사전 수집해 대조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하지만, 실시간으로 변하는 IP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 창립자이자 2012년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을 끌어냈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론을 외국인의 의견으로부터 격리시키겠다는 게 법안의 취지인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인터넷 실명제를 다시 도입하지 않는 한 댓글 작성자 국적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외국 IP 주소를 차단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VPN 때문에 어렵다. 결국 VPN 제공사들이 제공하는 국내 IP 주소를 알아야 하는데 이를 알아낼 방법이 없다"면서 "당국이 직접 VPN을 써보면서 IP주소를 알아내는 방법도 있겠지만 VPN들이 새로운 주소를 확보할 수도 있고, 국내외에서 우후죽순 나타나고 없어지는 VPN사들을 당국이 다 알아낼 수도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한국인이 해외 출장 가서 달면 중국인?"…기준도 모호
댓글 국적 표기제가 실시된다 해도 정치 고관여층의 음모론을 불식시킬 순 없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일례로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데이터랩 내 '뉴스 댓글 통계' 서비스를 통해 '국가별 분포'를 안내하고 있다. 특정일 기준으로 전체 댓글이 국내외 중 어디에서 달렸는지 분석한 지표다. 그럼에도 선거 전후로 여론조작 논란이 제기될 때면 '아이디 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무차별적으로 제기되곤 한다.
헌법 가치에 반한다는 우려도 있다. 오픈넷은 김기현 의원의 관련 법안 발의 당시 국회에 제출한 반대 의견서에서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신의 위치 정보, 국적과 같은 개인정보를 추적, 수집, 공개 당하지 않을 자유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접속지 정보와 우회 접속 여부 등의 통신 정보를 파악당하지 않을 자유인 통신의 비밀과 자유, 자신의 개인정보를 추적, 공개 당하지 않고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한국인으로 가장한 외국인들의 의견을 선별해내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마치 민주당 지지자인 척하고 민주당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국민의힘 지지자들, 또는 여초 사이트에 여자인 것으로 가장하고 글을 남기는 남자를 골라내겠다는 것과 같은 얘기"라면서 "진정한 여론 확인이 필요하다면 여론조사 등의 다양한 방법을 쓸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3년부터 반복되는 '도돌이표'
이어 2024년에는 나경원 의원이 관련 법안을 추진했고 올 1월에는 장동혁 대표가 "외국인의 댓글에 의해 여론이 왜곡되고 있다"며 "과거 7년 동안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글을 6만5000개 이상 올린 X 계정의 접속 위치가 '중국'으로 확인된 사례도 있었다"며 다시 불을 지폈다. 이달 말 박충권 의원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법안은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실효성 자체가 미지수인 법안이 정치권 필요에 의해 몇 년째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IT 업계만 곤혹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크로를 통한 대규모 여론조작이 문제의 핵심이다. 댓글 국적 표기제는 여론조작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라며 "중국인 잡으려다 결국 한국인만 불편해지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