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발명가와 디자이너는 일상을 조금 더 편리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기발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기능과 디자인은 항상 밀접하면서도 미묘한 균형을 유지한다. 기능에만 치중하다 보면 미적인 요소가 떨어지고, 디자인만 강조하면 사용상의 기능이 부족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앉을 수 없는 멋진 의자, 물결치는 탁구대, 너무 앞서 나간 디자인이나 잘못된 홍보 때문에 디자이너, 발명가, 기술자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예상치 못한 성과로 이어지거나 용도가 바뀌어 성공으로 전환된 사례도 많이 접할 수 있다.
자크 카렐만의 삽화를 3D 프린트로 재현한 물결 모양의 탁구대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자크 카렐만의 삽화를 3D 프린트로 재현한 물결 모양의 탁구대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파리 기술 공예 박물관(MuAM)에서는 5월 17일까지 '완전 실패(Flops?!)'라는 타이틀로 전시가 열린다. 이 전시는 발명가와 엔지니어 그리고 디자이너의 다양한 실패 사례를 호기심과 유머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1794년 설립된 국립 산업 기술 학교(Cnam, Conservatoire national des arts et métiers)에 속한 이 박물관은 과학과 기술 발전 역사를 보여주는 약 8만 점의 오브제와 1만 5천 점의 기계와 사물들의 설계도를 보유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새로운 혁신 프로젝트는 9건 중 9건은 실패라고 한다. 이번 전시는 실패작을 조롱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관대하게 해석하고, 혁신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시도하고 실패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중요한 것은 즉각적인 성공이 아니라, 창조의 불꽃 같은 직관적 비전으로 우리의 진화를 이끄는 것입니다.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공이 되며, 그것이 혁신으로 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 필립 스탁, 전시회 후원자


30년만 늦게 출시했더라면..

전시는 너무 위험하거나, 지나치게 비싸거나, 기술적 문제가 있었거나, 실패했거나, 혹은 잘못된 계산, 잘못된 홍보, 시기상조 등 7가지 주제를 통해 실패한 사물과 프로젝트를 살펴본다. 그리고 발명과 제품 상용화, 프로젝트 성공에 영향을 준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바비인형을 만든 장난감 회사 마텔(Mattel)은 1990년대 '스낵타임 키드(Snacktime Kid)'를 출시했는데 이 인형은 플라스틱 장난감 음식을 먹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그러나 인형이 아이들의 손가락과 머리카락까지 삼켜버려 100여 건의 클레임이 접수되었고 곧바로 판매가 중단되었다. 최고의 음질과 화질을 제공한 레이저 디스크는 역시 녹화 기능의 부재로 결국 DVD에 밀려 제작이 전면 중단되었다.

잘못된 광고가 좋은 제품의 판매를 가로막 경우도 있다. 르노 14(Renault 14) 자동차는 '배'(과일) 모양과 닮아 '좋은 배'라는 광고를 런칭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좋은 배(Bonne poire)'는 '쉽게 속는 사람, 호구, 바보'를 뜻하기도 해서 좋은 이미지를 주는 데 실패했다. 이 사례는 지금도 프랑스 경영대학 수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실패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자동차는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대중에게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되며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영화 시리즈 <백 투 더 퓨처>의 들로리안(DeLorean) 자동차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영화 시리즈 <백 투 더 퓨처>의 들로리안(DeLorean) 자동차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30년전 너무 일찍 선보인 Alcatel 영상 통화 전화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anck Botté
30년전 너무 일찍 선보인 Alcatel 영상 통화 전화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anck Botté
희귀한 물건들의 카탈로그

프랑스 화가이자 삽화가, 조각가, 시인이며 불필요한 물건들의 발명가인 자크 카렐만(Jacques Carelman)에게 헌정된 공간도 눈길을 끈다.

자크 카렐만은 파도 같은 곡선형 탁구대, 바퀴 달린 다리미, 두 개의 손잡이가 꼬여 있는 도끼 등 기발하지만 쓸모없는 물건들을 상상하여 '희귀한 물건들의 카탈로그(Catalogue des objets introuvables)'를 만들었다.
희귀한 물건들의 카탈로그(Catalogue des objets introuvables) 삽화 [좌] 카탈로그 표지 [우] K1. 서로 바라보고 있는 약혼자 자전거 & K2. 서로 등돌리고 있는 이혼 중인 커플 자전거 / 제공. 정연아
희귀한 물건들의 카탈로그(Catalogue des objets introuvables) 삽화 [좌] 카탈로그 표지 [우] K1. 서로 바라보고 있는 약혼자 자전거 & K2. 서로 등돌리고 있는 이혼 중인 커플 자전거 / 제공. 정연아
달릴 수 없는 자전거, 퍼즐처럼 나누어 판매되는 피아노 등의 몇몇 삽화는 이번 전시를 위해 3D 프린트로 제작되었다.
피아노 전체를 살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퍼즐처럼 나누어 파는 피아노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피아노 전체를 살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퍼즐처럼 나누어 파는 피아노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자크 카렐만의 삽화를 3D 프린트로 재현한 물건들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자크 카렐만의 삽화를 3D 프린트로 재현한 물건들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혁신을 위한 실패, 왜 실패할까?

이 섹션에서는 발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의사결정, 반복되는 문제, 예상치 못한 혼란 등 다양한 실패와 난관을 자세히 보여준다.

설계 과정에서의 어려움, 여러 파트너를 조율하는 문제, 그리고 기초 연구와 산업 개발을 구분하고 연결하는 과정의 어려움 등이 그 예이다.

실패는 결코 끝을 의미하지 않으며, 종종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 실패로 인해 새로운 아이디어, 교훈, 혹은 발전이 생긴 예상치 못한 혁신으로 이어진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성공은 거의 한 번에 오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혁신이란 시행착오를 거치고, 다시 도전하며, 방향을 바꾸면서 올바른 공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전기차가 그 좋은 예로, 과거에는 외면받았지만 오늘날 미래형 솔루션으로 자리 잡았다.
더 효율적이고 등과 어께, 손목에 부담이 덜 가는 키보드 포지션을 위해 발명되었던 Marsan 타자기 키보드 포지션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Jean-Baptiste Taisne
더 효율적이고 등과 어께, 손목에 부담이 덜 가는 키보드 포지션을 위해 발명되었던 Marsan 타자기 키보드 포지션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Jean-Baptiste Taisne
불편함의 미학

카테리나 캄프라니(Katerina Kamprani)는 그리스 출신 디자이너로, '불편한 것들'(The Uncomfortable) 시리즈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는 캄프라니의 일상용품을 일부러 불편하게 재설계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두께가 1cm인 포크와 나이프, 발 앞부분이 뚫린 장화, 캄프라니가 디자인한 사물들은 전혀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실용적이지는 않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친숙한 사물의 기능과 사용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우리 각자가 주변 세계와 맺는 관계를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카테리나 캄프라니 '불편한 것들(The Uncomfortable)'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카테리나 캄프라니 '불편한 것들(The Uncomfortable)'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édérique Toulet
또한 천문시계, 직조기, 태양열 오븐 등 총 14점의 상설 작품을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 실패한 발명품들은 기술 혁신의 중요한 이정표로서 그 과정과 의미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고액의 제작비와 후진 불가, 귀를 찢는 소음으로 성공하지 못한 Hélica 자동차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Michèle Favareille
고액의 제작비와 후진 불가, 귀를 찢는 소음으로 성공하지 못한 Hélica 자동차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Michèle Favareille
석탄 부족으로 발명된 태양열 오븐, 수익성 없어 생산이 중단됨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anck Botté
석탄 부족으로 발명된 태양열 오븐, 수익성 없어 생산이 중단됨 / 사진. © Musée des Arts et Métiers Cnam, © Franck Botté
실패는 끝이 아니라 성공의 시작이다. 이번 전시는 좌절 속에서도 싹트는 창의성과 혁신을 보여주며, 발명의 과정이 단순한 성공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도전과 탐구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파리=정연아 패션&라이프스타일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