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도 "저점 매수 타이밍" 강추하더니…노량진 확 달라졌다 [현장+]
다시 뜨거워지는 공시 메카 노량진 학원가
"전년比 30% 늘어" 신규 수험생 유입 뚜렷
하락세던 9급 공무원 경쟁률, 9년 만에 반등
"전년比 30% 늘어" 신규 수험생 유입 뚜렷
하락세던 9급 공무원 경쟁률, 9년 만에 반등
20일 9급 공무원을 준비 중인 수험생 엄수현(24) 씨는 최근 노량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엄 씨는 "공무원 처우 개선 이야기가 계속 나오면서 월급 인상 기대가 생겼고, 진로를 결정하는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각 층 강의실 밖 복도에는 허리 높이의 스탠딩 책상에 몸을 기댄 채 암기에 몰두하는 수험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복도 모니터에 비친 CCTV 화면 속 강의실은 수강생들로 가득 차 있었고, 책상 하나하나가 빈틈없이 채워진 모습에서 노량진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온오프라인 교육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포착된다. 공무원 시험 대비 온라인 교육 플랫폼 공단기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강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고, 누적 회원 수도 30% 넘게 늘었다. 지난해 12월 진행한 공무원 시험 설명회 이후 강의 상품 판매량은 약 66% 증가했다. 에듀윌 역시 지난해 4분기 9급 공무원 과정 신규 가입자가 전년 대비 25.9% 늘었고, 수험서 판매량도 25% 증가했다.
경쟁률도 반등했다.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은 24.3대 1로, 9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지방직 7급 경쟁률도 71.5대 1로 전년 대비 상승했다.
◇불확실한 취업시장 속 선택지는 '안정적인' 공무원
수험생들이 다시 노량진으로 모이는 배경에는 '안정성'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한모 씨(25)는 "사기업보다 공무원을 선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이라며 "경기와 고용이 불안정한 현실에서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결정을 굳히는 데 가장 컸다"고 말했다.
'충주맨'으로 알려진 김선태 충주시청 주무관도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금은 저점 매수 타이밍"이라며 "경쟁률이 너무 높을 때는 가성비가 안 좋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공무원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보수 인상 계획 역시 수험생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2026년 공무원 보수를 전년 대비 3.5% 인상하고, 7~9급 초임은 추가 인상을 더 해 총 6.6%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9급 초임 보수는 연 3428만원, 월평균 약 286만원 수준으로 올라가며, 2027년에는 월 300만원 수준에 도달할 전망이다.
노량진의 한 수험생도 "합격만 하면 생활이 된다는 계산이 선다"며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점심 식권 400장→500장…고시촌 체감 변화
또 다른 고시 뷔페 직원 이 모씨는 "매일 수요가 왔다 갔다 하지만 공시생 인기가 줄었다 할 때도 불황일 때도 손님은 꾸준히 있었는데 체감 손님이 소폭 늘어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주거 시장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노량진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요즘은 공실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거의 만실에 가깝다"며 "공시생뿐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수요까지 겹치면서 괜찮은 매물은 나오자마자 빠진다"고 말했다.
원룸텔 운영인 B씨는 "공무원 준비생이 늘었다는 걸 실감한다. 문의 전화가 확실히 많아졌다"고 했고 프리미엄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C씨는 "방이 비면 바로 다음 입주자가 들어온다"며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도 이런 상황이라, 온라인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는 곳은 체감이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 "민간 채용 위축 속 다시 커지는 공무원 선호"
전문가들은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공무원 선호 현상이 다시 뚜렷해진 배경으로 민간 고용 위축과 취업 환경의 불확실성 확대, 그리고 취업의 예측가능성을 꼽았다. 민간 경기가 침체되며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채용 규모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신분과 고용이 안정적인 공무원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특히 대기업 일자리가 전체 고용의 1% 수준에 머무는 가운데, 청년들은 자신의 노력과 점수로 진입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계산 가능한 일자리로 공무원을 선택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민간 경기가 침체되면서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채용 규모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여기에 AI 대전환이라는 쓰나미가 겹치면서 회계사 등 전문직조차 일자리의 지속성에 대한 불안이 커졌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신분이 안정적인 공무원의 매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사 결과 청년들은 AI에 따른 업무 변화와 대체 가능성을 체감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크게 커진 상태"라며 "대기업 일자리가 전체의 1% 수준에서 정체된 상황에서, 청년들은 본인의 노력과 점수로 진입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예측 가능한 일자리인 공무원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