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해가던 카페였는데 1억씩 팔아요"…동네 사장님들 살린 '두쫀쿠' [현장+]
"오픈 전부터 줄"…매출 N배 이상 '껑충'
경기 불황 속 소상공인 매출 반등 카드
경기 불황 속 소상공인 매출 반등 카드
지난해 11월부터 '두바이 쫀득쿠키(두쫀쿠)'를 팔기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카페 주인 A씨는 엄청난 인기에 하루 1000개씩 두쫀쿠를 만들고 있다.
그는 "카다이프나 피스타치오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배송도 늦어지고 있어 물류를 직접 찾아다니며 확보하고 있다"며 "장사한 지 1년 정도 됐는데, 근 몇 달간은 역대급 매출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휴일 없이 운영 중인 A씨 카페의 두쫀쿠 매출을 단순 합산하면, 쿠키 하나로만 월 1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셈이다.
◇경기 불황 속 '구원투수' 된 두쫀쿠
이 같은 변화는 실제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감지된다. 서울 성북구의 한 골목에 위치한 카페는 두쫀쿠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수백 명이 찾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 카페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 가게 때문에 조용하던 동네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어느 날부터 골목 안 카페 앞에 줄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주택가 한가운데라 원래는 줄 설 일이 거의 없는 곳인데, 지금은 지나가던 사람들까지 '여기 뭐냐'며 발걸음을 멈출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카다이프를 구하려고 도매·소매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뒤지고 있다"며 "배달이나 픽업 주문을 해도 손님들이 다른 메뉴를 하나씩 꼭 함께 사 가 두쫀쿠 덕에 전체 매출이 같이 오른다"고 설명했다.
경기 광명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C씨도 "판매한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체감상 매출이 4배 가까이 늘었다"며 "최소 수량을 설정해두고 판매하다 보니 음료 주문이 함께 늘어 다른 메뉴까지 덩달아 잘 팔린다"고 말했다.
주변 상권 전반으로도 영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D씨는 이날부터 두쫀쿠 판매를 시작했다. 그는 "주변 카페나 음식점 운영자들 사이에서 잘 팔린다는 얘기가 많아 판매를 시작했다"며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페나 빵집을 넘어 업종 간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피자가게 직원은 "피자가게인데도 두쫀쿠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잘 팔린다"며 "하루에도 관련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폐업 직전이었는데 살아나"…증언 이어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두쫀쿠로 하루 매출 200만~300만원 이상을 올리는 가게가 적지 않다", "동네 카페 한산하더니 최근 몇 주간 사람들이 줄을 서서 봤더니 두쫀쿠를 판매하고 있더라", "철물점 운영하는데 나도 팔아야 하나 싶다" 등 비슷한 반응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유행 초반 두쫀쿠 디저트를 출시한 업체가 한 달 만에 매출 1억6000만원을 찍었다더라"며 "광고비만 월 1000만원 쓰다 적자를 보던 가게가 두쫀쿠 덕에 동네 배달앱 1위를 찍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길어지며 개인 카페와 빵집, 동네 음식점까지 버티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두쫀쿠가 '메뉴 하나 추가'만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두쫀쿠의 확산을 '소상공인 친화형 유행'으로 본다. 과거 유행한 탕후루처럼 전문 매장을 따로 차려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카페라면 기존 메뉴에 하나를 더하거나 샵인샵 형태로도 판매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유통을 독식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은 가게들이 '빨리 만들고, 빨리 팔고, 다른 메뉴까지 함께 파는' 구조로 수익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루 종일 쇠똥구리처럼 두쫀쿠만 만들고 있더라"는 후기도 나올 정도로 체감 열기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배달앱·데이터로 확인된 '열풍'
실제로 이날 기준 쿠팡이츠 인기 검색어 상위는 모두 '두바이쫀득쿠키', '두쫀쿠' , '두바이' 등이 차지했다. 배달의민족에서도 이달 첫 주 두쫀쿠 포장(픽업) 주문 건수가 한 달 전보다 321% 급증했다.
인기가 몰리면서 이날 오후 2시가 지나자 주요 지역에서 대다수의 두쫀쿠 메뉴가 '품절'로 표시됐다.
검색 데이터 역시 같은 흐름을 보인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두바이쫀득쿠키' 검색량은 지난해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사실상 '0'수준이었으나, 10월 31일을 기점으로 관심도가 급등했다.
연말을 거쳐 상승세를 이어간 검색량은 이달 초 70 안팎까지 올라섰고 지난 10일에는 최고치인 100을 기록했다. 단기간에 대중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확산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두쫀쿠=대박?"…유행 앞에 필요한 냉정한 계산
다만 두쫀쿠 열풍이 곧바로 '누구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핵심 원재료인 볶은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마시멜로 등의 수급이 빠르게 빡빡해지고 있어서다.최근 온라인 도매 시장 기준으로 볶은 카다이프 5kg 가격은 14만원 이상으로 올라섰고, 탈각 피스타치오 1kg은 11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대용량 마시멜로 역시 1kg당 1만원대에서 많게는 9만원대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가격 부담뿐 아니라 물량 확보 자체도 쉽지 않다. 주문이 몰리면서 예약 구매를 해도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지금 주문해도 2월 말에나 받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 붙는다.
주요 원재료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이라는 점도 변수다. 국제 수급 상황과 환율 변동에 따라 원가 부담이 크게 출렁일 수 있는 구조여서, 단기 유행만 보고 무턱대고 뛰어들 경우 오히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원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임 모씨(28) "두쫀쿠가 확실히 매출을 끌어올리는 아이템인 것은 분명하지만, 재료 수급과 원가 관리, 생산 여력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며 "매출보다 중요한건 결국 순이익이기 때문에 가게 규모와 동선, 인력 구조에 맞는지 점검하지 않으면 기대만큼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