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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를 가장 포레답게 부른 이름, 제라르 수제
[arte] 강성곤의 아리아 아모레
가브리엘 포레의 가곡 '꿈을 꾼 후에'
가브리엘 포레의 가곡 '꿈을 꾼 후에'
이 곡은 흔히 첼로와 피아노, 혹은 실내악 앙상블로 많이 연주되나 사실은 가곡이 먼저다. 멜로디(Mélodie)가 프랑스어권 클래식에서 일컫는 예술가곡이며, 샹송(Chanson)은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노래를 뜻한다. 3개의 가곡 세트(Trois mélodies) Op.7 중 제1번.
“꿈속에서 당신은 나를 이끌어 / 어둠 없는 하늘, 숨결마저 빛이 되는 곳으로 데려갔다오 / 그곳에서 우리는 고통도 세상도 잊은 채 / 오직 사랑의 심장만이 뛰는 평온한 영원을 마주했어요 / 하지만 눈을 뜨는 순간, 그 모든 황홀은 무너지고 / 나를 감싸던 당신의 온기도 아침 햇살에 산산이 흩어졌다네 / 아, 다시 잠들 수 있다면 그 꿈의 문을 찾아가고 싶소 / 당신이 원하는 고상하고 고요한 세계로 나를 다시 나를 데려가 주길.”
[ ♪제라르 수제가 부르는 가브리엘 포레의 가곡 '꿈을 꾼 후에' ]
원래 이탈리아 무명씨(無名氏)의 가사를 프랑스 시인 로맹 뷔신(Romain Bussine, 1830~1899)이 다듬은 것이다.
포레는 생상스⸱구노보다는 후배고 라벨⸱드뷔시에겐 선배뻘이다. 음악적 경향성도 전통과 근대를 잇는 전환점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명확하고 구조적이지만 고전주의처럼 무겁거나 틀에 박히지 않고, 혁신적인 인상주의와도 거리를 두었다. 근대 프랑스 음악은 크게 세 가지 연대기적 흐름을 갖는다. 19세기 중후반 구노⸱생상스⸱마스네로 대표되는 낭만주의, 이어 20세기 초까지 드뷔시⸱라벨⸱뒤파르크⸱사티의 인상주의와 근대주의. 그리고 20세기 이후의 신고전주의와 실내악 중심의 모더니티다. 포레는 그 틈새에 걸치며 자리한다고나 할까.
그는 프랑스 음악이 갖는 우아함과 세련됨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인물이기도 하다. 섬세함⸱절제미⸱투명함이라는 음향적 특징을 바탕으로 감정 과잉을 경계하고 미묘한 조형미를 추구한다. 언어의 아름다운 묘미를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가곡과 실내악 모두에서 선율의 ‘말하듯 흐르는 감각’을 견지하며 프랑스 詩의 리듬과 연결성을 단단히 구축한다. 화성(和聲)의 정교함도 주목할 대목이다. 후기 실내악 작품에서는 때로 드뷔시⸱라벨에 비견할 만큼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다.
흡사 12~13세기 음유시인이 현대에 재래(再來)한 느낌을 주는 그의 특장(特長)은 우선 정교한 딕션이다. 명료하면서도 부드럽고, 농밀하면서도 포근하다. 프랑스어 특유의 억양⸱어조⸱휴지(休止)의 감각이 완벽하며 말하듯 흐르는 레가토(legato; 음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 노래하는 기법)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한 선명한 소리를 유지하면사도 과도한 아티큘레이션(articulation; 음을 어디서 어떻게 떼고 잇고 강조하는 기술과 방식으로, 음과 음 사이의 분절⸱연결⸱강조를 의미)은 자제하는 미덕이 체화되어 있다.
프랑스 가곡은 특히나 말의 리듬과 뉘앙스를 더 강조하는바, 수제는 맞춤형 바리톤이라 하겠다. ‘감정 과잉 없는 절제된 표현’, ‘감정을 밀어붙이는 게 아닌, 감정의 곡선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절제미’, ‘과장이 없고 섬세하지만 다이내믹한 변화’, ‘미세한 색채의 차이를 통한 감정의 이동 표현’. 이같은 가브리엘 포레의 정체성(正体性)은 ‘멜로디의 왕자(Le Prince de la Mélodie)’ 제라르 수제의 몫으로 올곧게 치환되어 우리를 고양시키고 있다.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