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본인 중심으로 회전하는 소수의 사람이 있다. 잘나가는 영화배우 같은. 제이 켈리(조지 클루니) 곁엔 사람들로 넘쳐난다. ‘당신은 이 시대의 영웅이에요’ 별을 올려다보듯 찬양하는 무수한 팬은 당연하고, ‘오늘 스케줄은’ 매니저에, ‘사인은 인제 그만’ 경호원에, 메이크업 아티스트에, 홍보 실장에, 제이가 어디 멀리 이동이라도 해야 하면 SUV 네 대에 나눠타고 이동해야 할 정도다.
물 한 잔 직접 떠먹어 본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해질 때 제이는 우물가에서 숭늉 찾아 마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배우로 발탁해 준 제작자의 부고 소식을 듣고 참석한 장례식장에서 예전 친구를 만났다가 주먹다짐을 벌인다. 이유인즉, 젊었을 적 오디션 때 제이가 친구를 따라갔다 그의 즉흥 대사를 훔쳐 제작자의 눈에 든 것은 물론 여자 친구까지 빼앗은 것에 기다, 아니다, 서로 따져 묻다 싸운 탓이다.
그래서 아빠를 떠났다. 첫째 딸도 일찍이 제이 곁을 떠났다. 영화 때문에 일이 뒷전인 아빠에게 학을 떼서다. 스태프들도 제이에게 안녕을 고한다. 신작 출연 일주일을 앞두고 난데없이 여행을 떠나는 제이의 비위를 맞춰주기 질린 탓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회전하던 소행성들이 하나둘 이탈하자 제이는 소멸할 처지에 놓인다. 그제야 론을 비롯해 가족이, 스태프가, 주변 사람이 달라 보인다.
공로상 수상 시상식에 참석해달라 해도 거부하는 딸의 통화 후 좌절감에 달리고, “친구라는 사람이 내 수익의 15%를 떼어가”라고 말했다가 마음 상한 론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심장 터지라 뛰고, 제이의 다급한 행위에는 스타로서 누렸던 명성, 명예, 잘난 외모 등의 가치는 허리를 숙여 헉헉거리는 숨소리와 헝클어진 머릿밑으로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처럼 금방 없어질 것으로 급전직하한다.
제이도 스타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미디어의 마사지를 받아 실수하는 인간의 면모가 가려졌을 뿐이지 영화는 제이를 웃음거리로 만들려 하기보다 결과에 상관없이 노력하는 모습으로 제이가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의도한다. 제이 켈리 역에 조지 클루니가 캐스팅된 배경은 그가 몇 안 되는 클래식한 스타이면서 좋은 관계,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라서다.
조지 클루니가, 제이 켈리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화의 목록이라고 할 수 있을 터. 노아 바움백은 이 장면에서 제이 주변으로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 인물들을 좌석에 배치해 우회한 방식으로 마음을 들여다본다. 앙숙으로 남은 친구, 결합하지 못한 가족, 영원한 우정을 나누게 된 론 등 관계가 좋든, 나쁘든, 애매하든, 제이가 그들에게 품고 있는 감사와 미안한 마음과 복잡한 심경을 펼쳐 보인다.
배우로서 성공, 인간으로서 실패, 이분법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성취와 좌절, 비범과 평범, 기쁨과 슬픔 등 한쪽으로만 기울지 않고 그 사이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시도가 더 나은 삶을, 충만한 인생을 설계한다며 영화는 다독이는 손길로 제이를 바라본다. 모든 게 혼재하여 인간의 조건을 구상한다는 <제이 켈리>의 입장은 일찍이 5분 여에 달하는 첫 장면의 롱테이크에서 제시된다.
총에 맞아 죽기 직전 제이가 마지막 대사를 하는 촬영장에서 누군가는 영화 만들기에, 또 누군가는 일상에 열중하고, 한편에서는 환상을 심어주려 노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을 개선하려 안간힘을 쓴다. 영화와 일상이, 현실과 환상이, 스타와 보통 사람이 하나의 실에 엮여 돌아가는 세상의 이치를 롱테이크로 형상화한다. <제이 켈리>는 스타는 행성이 있어 자신을 밝히고, 행성은 스타를 만들려 노력하고, 상호 협력 속에 모두 빛이 난다고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