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코스테 르 바(Le Bar)의 낮 2013년 / 사진. ©이진섭
호텔 코스테 르 바(Le Bar)의 낮 2013년 / 사진. ©이진섭
코스테 형제의 호스피탈리티 제국, 그 시작점

파리에 가면, 습관처럼 호텔 코스테(Hôtel Costes)를 찾는다.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감싸는 장미향, 공간의 정체성을 귀로 전하는 라운지 음악, 호텔 전체를 감싸는 어두운 조명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자연광, 우아하면서도 퇴폐적인 관능미를 자아내는 벨벳과 샹들리에 등 그곳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파리에 오기 전까지 잠자고 있었던 나의 감각들을 깨워주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별다른 일이 없다면 거의 매년 이곳을 찾았으니, 횟수나 경험으로 치면 나름의 데이터가 쌓인 편이다. 파리에서 패션과 예술의 심장부인 생토로네(Rue Saint-Honoré) 거리와 플라스 방돔(Place Vendôme) 광장, 튈를리 정원(Jardin des Tuileries) 사이에 위치한 이 호텔은 1995년 개장하고부터 현재까지 30년 넘게 파리 라이프 스타일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영화 감독 팀 버튼은 호텔 <르 바>에서 내리쬐는 낮의 햇빛을 사랑했고, 브래드 피트, 마돈나, 롤링 스톤스 등 유명 셀럽이나 패셔니스타들이 코스테의 무드에 취해 자주 찾기도 했다.
호텔 코스테 르 바(Le Bar)의 밤 2023년 / 사진. ©이진섭
호텔 코스테 르 바(Le Bar)의 밤 2023년 / 사진. ©이진섭
이 호텔을 세운 사람은 장 루이 코스테(Jean-Louis Costes)와 길버트 코스테(Gilbert Costes) 형제다. 청년기에 이 둘은 파리의 여러 식당과 카페에서 경험을 쌓은 뒤, 1984년 르 알르(Les Halles) 지역에 직접 ‘카페 코스테(Café Costes)’를 열었다. 오픈 당시 ‘카페 코스테’는 디자인, 분위기, 서비스 면에서 다른 카페들에 비해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당시 코스테 형제는 카페의 인테리어를 ‘필립 스탁(Philippe Starck)’에게 맡겼고, 공간을 표현하는 향, 벽지, 음향 등 세세한 것들에 자신들만의 감성을 담았다. 1980년대-90년대 파리가 문화와 패션의 중심지로 세계적으로 급부상하면서 '카페 코스테'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문화적 감성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찾는 카페로 자리잡았다. 트렌드를 선도하고, 독보적인 감성을 지닌 코스테 형제는 이 카페에 깃드는 사람들의 취향을 읽고 보말리(Beaumarly) 그룹을 세워 자신들만의 호스피탈리티 왕국을 건설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 시작점에 있는 곳이 바로 ‘호텔 코스테’다.

호텔에서 라이프 스타일의 요람으로

호텔 코스테는 설계 당시 자크 가르시아(Jacques Garcia)가 인테리어를 맡았고, 나폴레옹 3세 시대의 생활양식을 곳곳에 녹였다. 바로크적인 요소와 벨 에포크 시절의 화려함, 레드와 바이올렛 컬러의 벨벳, 어두운 조명, 고급 소재들을 사용한 이 호텔은 탄생과 동시에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곳은 호텔보다 라운지 <르 바>에서 흐르는 음악이 더 유명했다. 호텔의 레지던스 디제이인 스테판 폼푸냑(Stephane pompougnac)은 호텔 코스테의 DJ이자 프로듀서, 음악 감독으로서 공간에 가장 걸맞은 농염한 라운지 음악을 녹였다.
호텔 코스테 컴필레이션 앨범
호텔 코스테 컴필레이션 앨범
파리의 팰리스급 호텔들이 궁전을 표방하여 포지셔닝할 때, 이곳은 부르주아와 귀족의 은밀한 살롱을 재현시키는 형태로 자신들의 브랜드를 구축해 나갔다. 초창기 로비는 생토노레 거리로 향해 있었다. 황금색 휘장 안에 검은색 문을 열면 거울로 된 비밀스러운 통로가 나타나고 이곳을 지나면, 곧장 <르 바>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예전에는 <르 바>가 로비와 프론트 데스크 기능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코로나 시즌에 리뉴얼을 거쳐 까스티글리온느(Castiglione) 거리까지 호텔 건물을 확장했고, 리뉴얼 오픈 이후부터는 가스티글리온드 가 방향으로 로비와 접객 라운지가 자리잡았다.
[좌] 구(舊) 로비 통로  [우] 리뉴얼 이후 로비 / 사진. ©이진섭
[좌] 구(舊) 로비 통로 [우] 리뉴얼 이후 로비 / 사진. ©이진섭
호텔 코스테는 리뉴얼 이후 레스토랑, 바, 카페 테라스, 로비, 코트야드(courtyard), 스파/풀/증기 목욕실 등 편의 시설을 보강했고, 젠 스타일이 반영된 대형 스위트 급 객실들도 늘렸다.
호텔코스테 리뉴얼 당시 2022년 12월 호텔 코스테 스파 리뉴얼 당시 모습 / 사진. ©이진섭
호텔코스테 리뉴얼 당시 2022년 12월 호텔 코스테 스파 리뉴얼 당시 모습 / 사진. ©이진섭
특히, 이곳은 컴필레이션 앨범 이외에도, 향수와 자체 어메니티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신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표현하기 위해 매거진을 발행했으며, 호텔이 지향하는 바를 이미지 화보에 담았다. 성냥, 메모지, 연필 등 곳곳에 호텔 코스테의 브랜드가 녹아들지 않은 곳이 없다. 수시로 트렌드가 변하는 파리에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자리에서 파리지앵, 패션·예술계, 셀럽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근에는 LP Music 샵을 가고시안 갤러리 옆에 열었다.)
호텔 코스테 객실 통로- 자크 가르시아의 시그니처 조명 / 사진. ©이진섭
호텔 코스테 객실 통로- 자크 가르시아의 시그니처 조명 / 사진. ©이진섭
“퇴폐적 우아함”을 브랜딩한 파이오니어

호텔 코스테는 단순한 숙박 시설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lifestyle brand)로서, 음악, 향, 조명, 이미지(사진/비주얼) 등을 통합하여, 퇴폐적 우아함을 창출한 선구자적 공간이다 “Costes = 파리식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상징성을 얻은 것은 이 모든 요소들이 연결되어 총체적인 인상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호텔 코스테 내부 / 사진. ©이진섭
호텔 코스테 내부 / 사진. ©이진섭
현재 코스테 형제의 보말리 그룹에는 호텔 코스테, 호텔 아무(Hôtel Amour), 호텔 데 방(Hôtel des Bains), 호텔 로쉐슈아트(Hôtel Rochechouart) 등 다수의 호텔, 카페, 클럽이 있다. 파리에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들이 구축한 호스피탈리티 왕국을 탐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텔 코스테 <르 바> 에스프레소 2012년 내부 / 사진. ©이진섭
호텔 코스테 <르 바> 에스프레소 2012년 내부 / 사진. ©이진섭
파리=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 HOTEL COSTES 5]

*코스테 형제의 공간들

1. 호텔
-Hôtel Costes
-Hôtel Amour
-Hôtel des Bains (Saint-Germain 근처, 과거 전설적 클럽 공간 → Costes가 리노베이션 후 호텔로 재개장)
-Hôtel Rochechouart

2. 레스토랑 & 카페
-Le Café Marly (루브르 박물관 아케이드, 1구)
-Le Georges (퐁피두 미술관 옥상, 4구-퐁피두 리뉴얼로 폐업)
-L’Avenue (Avenue Montaigne, 8구)
-Le Matignon (8구, 클럽과 레스토랑을 겸한 공간)
-Le Germain
-Le Charlot 등

3. 클럽 & 바
-Le Montana (St-Germain, 유명 나이트클럽)
-Le Pompon, Chez Cast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