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영 "주 4.5일제, 정부 가이드라인 없다…청년 채용 늘리는 기업엔 세제혜택"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 인터뷰
주 4.5일제, 세브란스병원처럼
노사 자율 협의로 추진해야 정착
한 번 뽑으면 정년·급여 보장되는
경직적 고용구조, 신규 채용 막아
주 4.5일제, 세브란스병원처럼
노사 자율 협의로 추진해야 정착
한 번 뽑으면 정년·급여 보장되는
경직적 고용구조, 신규 채용 막아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선진국들처럼 사회안전망을 기반으로 한 고용시장 유연성 확대를 강조한 것”이라며 “강조점이 유연성이 아니라 사회안전망에 있다”고 했다. 주 4.5일 근무제와 정년 연장처럼 노사 간 입장차가 첨예한 사안은 사회적 대화 과정을 충분히 지켜본 뒤 정부 입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문 수석과의 일문일답.
▷고용 유연성은 왜 필요하나.
“우리나라는 비교적 해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다. 이런 경제 구조에서는 고용시장이 유연해야 유리하다. 내수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경제가 유지되는 나라에 비해 유연성의 필요성이 더 크다. 글로벌 산업 환경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기술도 발전하고 있기에 이에 맞춰 고용 유연성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노조는 ‘유연성’에 반발한다.
“‘내가 이 회사를 그만두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는 생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경직된 시장에서 어떻게든 직장을 지키려는 것이다.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노조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고용 유연성 확보의 대전제는 사회안전망 확보다. 고용을 유연하게 하되, 근로자 생활의 안정성도 중요하다. 대통령이 언급한 고용 유연성도 사회안전망이 전제된 다음에 확보돼야 한다는 의미다.”
▷사회안전망이라는 건 뭘 의미하나.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유연성과 안정성 합성어)가 가장 먼저 나온 게 네덜란드다. 노동시장 진출입이 굉장히 자유롭다. 마찰적 실업일 수도 있고, 이직 과정의 자발적인 일시적 실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간 모두에 대해 사회적으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보장해준다. 직장 생활할 때랑 실업일 때랑 생활상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모델인가.
“물론 시장 규모가 뒷받침돼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가능했던 건 유럽 통합으로 노동력의 이동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유럽 어디에 가든 일할 수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시장이 너무 좁다. 기업이 일정 역할을 해줘야 한다.”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가.
“정부 차원에서 복지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기업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 근로자 개개인이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대타협이 가능해질 수 있다.”
▷고용 유연성은 청년 채용과도 연결된다.
“구직 촉진 수당을 확대할 계획이다. 자발적 이직자는 구직급여 대상이 아니었는데 생애 첫 이직의 경우 구직급여를 지급해 고용의 안정성을 높일 생각이다. 능력 개발 훈련을 통해 안정적으로 다음 직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하려고 한다.”
▷기업에는 어떤 지원을 하는가.
“청년 채용을 늘리면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통합고용 세액공제 규모와 적용 기간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 경험’과 숙련도를 제공하는 기업에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삼성의 ‘SSAFY’ 제도가 대표적이다. 꼭 채용하지 않더라도 구직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정년 연장(60세→65세)도 화두다.
“노동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소득 크레바스’(정년과 연금 수급 시기 미스매치) 문제도 있다.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컨센서스는 어느 정도 형성된 것 같지만 방법론에 차이가 크다.”
▷노조는 임금 감소 없는 정년 연장을 요구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예전처럼 소품종 대량생산을 하던 시대가 아니다. 기술 익혀서 학교 졸업하고 회사 들어가 정년까지 한 회사에 다니는 건 흔치 않은 일이 됐다. 노동시장에 굉장히 큰 변화가 왔다. 그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사측은 임금 감소 없는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단순히 고참 직원 한 명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채용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각종 보험 등 비용이 너무 커진다는 우려를 한다. 어느 정도 이해된다.”
▷정년 연장 논의의 가장 큰 우려 지점은 뭔가.
“세대 간 갈등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세대가 불리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어느 정도 입증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세대 간에 벌어질 수 있는 복합적 문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일단 국회 논의를 신중하게 지켜볼 생각이다. 물론 정부 자체안(案)도 마련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노사정 합의의 틀 안에서 정부안을 공개하겠다.”
▷주 4.5일제는 어떻게 추진하는가.
“정부에서 주 4.5일제에 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은 없다. 세브란스병원처럼 모범적으로 노사 자율 협약으로 추진하는 게 우선이다. 노사 합의에 기초하지 않으면 제대로 정착될 수 없다.”
한재영/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