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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하라" 비판 쏟아지더니…4년 만에 '대격변' 맞은 미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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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대변신'

    4회 맞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321년만에 공개된 윤두서 '세마도',
    미술관 변신한 목포체육관 內 설치작품 등
    볼거리 풍성한 축제로 '변신'
    접근성·모호한 정체성 문제는 해결 필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목포 실내체육관 전경. /뉴스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목포 실내체육관 전경. /뉴스1
    격년제 미술축제를 뜻하는 비엔날레는 전 세계를 통틀어 200여개가 존재한다. 그 중 10%인 20여개가 한국에서 열린다. 인구 대비 최고 수준으로 숫자만 보면 ‘미술 천국’이다. 실상은 다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자체를 홍보하기 위해 억지로 만든 비엔날레가 상당수를 차지한다. 예산 낭비 논란도 늘 끊이지 않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거센 비판을 받았던 곳이 전라남도 목포·진도군·해남군에서 열리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다. 2018년 시작된 수묵비엔날레는 첫해부터 지난 3회까지 문화체육관광부 비엔날레 평가에서 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데다 전시가 세 곳에서 나눠 열린다는 태생적 한계, 전시장 누수에 따른 작품 훼손 사고 등 각종 논란이 겹친 결과다.

    이랬던 수묵비엔날레가 올해 4회째를 맞아 확 달라졌다. 총감독을 맡은 윤재갑 큐레이터가 칼자루를 쥐고 변신을 꾀했다. 3회 때 190여명에 달했던 참여 작가 수는 60여명으로 확 줄었고, 전시작의 전반적인 수준은 훨씬 올랐다.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수묵화가인 공재 윤두서(1668~1715)의 ‘세마도’ 진본을 사상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하는 등 화젯거리도 준비했다.
    윤두서의 '세마도'.
    윤두서의 '세마도'.
    300년 전 명작부터 ‘레고 수묵화’까지

    올해 수묵비엔날레는 윤두서의 종가가 있는 해남에서 관람을 시작하도록 구성됐다. 그 후 소치 허련(1808~1893)이 활동했던 진도를 거쳐 목포에서 끝을 맺는 흐름이다. 해남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고산윤선도박물관에 나온 ‘세마도’(1704)다. 말 그림을 잘 그리기로 유명했던 윤두서의 솜씨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윤선도의 자화상,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두 작품의 복제본도 나와있다.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에는 김환기, 로랑 그라소 등의 작품이 나왔다.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에 전시된 로랑 그라소의 '과거에 대한 고찰'.
    해남 땅끝순례문학관에 전시된 로랑 그라소의 '과거에 대한 고찰'.
    진도 남도전통미술관에 전시된 서세옥의 '사람들'.
    진도 남도전통미술관에 전시된 서세옥의 '사람들'.
    전시는 진도로 이어진다.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허련과 그 후손들이 활동했던 곳이다. 진도 소전미술관에는 추사 김정희의 서예 작품을 비롯해 다산 정약용의 편지, 흥선대원군의 서화 작품 등이 나와 있다. 남도전통미술관에는 이응노, 서세옥과 함께 강렬한 색채가 특징인 박생광의 작품이 나와 있다. 비엔날레 관계자는 “전통적인 흑백의 수묵 작품만으로는 전시가 쉽지 않았다”며 “전시를 꾸리기 위해 이번 행사에서는 수묵을 ‘물에 녹는 안료를 썼거나 동양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확장해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수묵의 경계를 넓히려는 시도는 목포에서 두드러진다. 목포문화예술관에서는 팀랩의 미디어아트 작품 ‘파도의 기억’, 서예를 연상시키는 이란 출신의 작가 파라스투 포로우하르의 설치작품 ‘뤼튼 룸’(Written Room)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이 목포실내체육관이다. 가벽을 대대적으로 설치해 세련된 미술관처럼 탈바꿈한 이 공간에서는 전광영의 설치작품 ‘집합001-MY057’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작가 마리안토의 작품, 레고로 수묵화를 재현한 황인기의 작품 ‘오래된 바람’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목포 실내체육관 전경. /뉴스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목포 실내체육관 전경. /뉴스1
    목포 문화예술회관에 나온 팀랩의 미디어아트 작품 '파도의 기억'.
    목포 문화예술회관에 나온 팀랩의 미디어아트 작품 '파도의 기억'.
    볼거리 늘었지만...접근성 문제는 여전

    매번 반복되는 존치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눈에 띈다. 지역 작가의 비율을 낮추고 거장들의 비율을 높인 게 가장 큰 특징이다. 현장에서 만난 지역 미술계 관계자는 “전라남도에서 열린 역대 미술 전시 중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재갑 감독은 “수묵화를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 미학을 대변하는 비엔날레는 이 행사가 유일하다”고 행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전국 관람객을 끌어모으기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 온 관객이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려면 자차 이용이 사실상 필수고, 당일치기가 불가능해 숙박도 필요하다. 수묵이라는 개념을 채색화와 뉴미디어 아트까지 확장하면서 행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윤 감독은 “광주비엔날레와 전남수묵비엔날레가 협의해 같은 기간 개최된다면 접근성을 비롯한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고 시너지 효과도 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추석연휴에도 당일인 6일을 제외하고 문을 연다.
    공재 윤두서의 대표작이자 국보로 지정된 '자화상'. 고산윤선도박물관에 복제본으로 나왔다.
    공재 윤두서의 대표작이자 국보로 지정된 '자화상'. 고산윤선도박물관에 복제본으로 나왔다.
    목포·해남=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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