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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지막 남은, 손의 건축가다"
<이타미 준 나의 건축> 서평
제주 방주교회·포도호텔 등 지은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
재일교포 2세로서의 삶과
건축 철학 담은 글들 엮어
제주 방주교회·포도호텔 등 지은
세계적 건축가 이타미 준
재일교포 2세로서의 삶과
건축 철학 담은 글들 엮어
유동룡은 본명보다 예명 '이타미 준(伊丹潤)'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 건축가다. 제주 '포도호텔', '방주교회'와 일본 '석채의 교회', '먹의 집', '여백의 집' 등을 남겼고,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받았다.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지만 한국 이름을 간직한 '경계인'이기도 했다.
최근 출간된 <이타미 준 나의 건축>은 이타미 준 본인의 글을 통해 그의 삶과 건축 세계를 들여다본다.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이나 대담 등 흩어져 있던 원고를 그의 딸 유이화 ITM건축사무소 대표가 정리해 엮었다. 유 대표는 제주 유동룡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다.
종묘를 비롯한 한국 전통 건축물, 가구, 그릇에 대한 감상을 담은 글은 '아버지의 나라'에 대한 애틋한 시선과 건축가로서의 미학적 평론을 오간다. "지난 4월, 건축 관계 일로 서울에 갈 기회가 있었다. 나는 최대한 일을 제쳐놓고 밤낮으로 골동품 가게를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조선시대의 가구와 벼루를 샀다. 하네다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집에 갈 택시비가 없었을 정도니, 그간의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그때 산 가구와 벼루는 좁은 내 작업실에 자리해 유유히 빛나면서, 다른 것들의 접근을 불허하는 긴장감을 빚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계적 건축가가 일의 힘듦을 토로하는 부분은 괜한 위안을 준다. 다만 그는 드로잉 수첩 여백에 혼잣말을 적을 때조차 불평은 적지 않는다. "불평하는 말은 건축을 위한 종이 위에는 허락되지 않는다"는 그의 마음가짐이야말로 거장과 범인을 가르는 선인 걸까.
이타미 준은 평생 컴퓨터 설계 대신 아날로그 드로잉을 고수했다. 스스로 '마지맘 남은, 손의 건축가'라고 여겼다. 이 고집에는 '바람의 건축가' 이타미 준의 건축 철학이 녹아 있다. "건축의 근저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인간의 생명과 강인한 염원을 담지 않는 한, 인간에게 감동을 주는 건축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인간의 온기와 생명을 근저에 담는다. (…) 그 지역의 풍토와 '바람의 소리'가 이야기하는 언어를 듣는 것, 그 점이 중요하다."
건축 거장의 여러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건축 이야기 외에도 두부의 매력을 찬양하는 소소한 글이나 김중업, 시라이 세이이치 같은 역사적 건축가들과 교류한 일화가 흥미롭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