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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부터 요즘 회화까지…흙은 ‘한국 미감’ 담은 팔레트였다
학고재 그룹전 '흙으로부터'
'흙'에 담긴 한국적 미감 조명
달항아리, 흑자편호 등 출품
원로·신진 작가 7팀의 회화·설치도
'흙'에 담긴 한국적 미감 조명
달항아리, 흑자편호 등 출품
원로·신진 작가 7팀의 회화·설치도
본관 전시장엔 새까만 흑자편호(黑瓷扁壺) 하나가 놓였다. 15~16세기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초기부터 조선 말까지 오랜 세월 쓰인 이 항아리가 품은 특유의 검은 빛은 철분이 다량 함유된 유약을 칠해 만들었다. 그 위에 한국 근대화단의 거장 김환기의 ‘항아리’가 걸렸다. 흔히 달항아리라 부르는 은은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백자대호(白磁大壺)를 그린 작품이다. 깊은 밤하늘 위에 뜬 둥그런 달의 모습처럼 흑자와 백자 그림이 제법 조화롭다. 푸른빛이 돌아 시린 느낌마저 드는 백색과 심연처럼 깊은 흑색의 조응은 마치 만물의 근원을 상징하는 흑백태극을 보는 듯 하다.
도자기를 그린 송현숙의 연작도 재밌다. 1970년대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간 그는 항아리나 횃대, 고무신, 명주실, 말뚝 같은 전통적인 사물을 화폭에 담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한쪽 벽면을 수놓은 거대한 설치작품인 이진용의 ‘컨티뉴엄’은 압도적이다. 수천 개의 활자가 모여 독특한 문양을 이루는데, 목판활자를 활용해 한 땀씩 정성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이렇듯 본관 전시는 흙으로 직접 빚어낸 도자기부터 고향의 정취 또는 작은 입자 하나가 모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는 모습 등 흙에서 연상할 수 있는 정서를 담은 회화와 설치로 이어지는 식이다.
학고재 관계자는 “흙을 따라 전통과 현대, 물질과 정신, 기억과 감각 사이 연속성을 하나의 장에 펼쳐보고자 했다”며 “흙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니듯 한국성 역시 시대와 맥락 속에서 유연하게 변주되는 개념임을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오는 13일 폐막 예정인 전시는 관객 요청으로 오는 20일까지 연장했다.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