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뿐인 들판"…1929년 이후 최악의 가뭄에 영국 농가 '울상'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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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영국 소 사육 농가들이 먹이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잉글랜드 서부 지역인 코츠월드에서 육우 농장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바튼은 몇 달 동안 지속된 더위와 가뭄으로 인해 살레르(Salers), 헤리퍼드(Herefords), 서식스(Sussexes) 등 200마리의 소들이 메마른 들판을 뒤지며 먹이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는 땅바닥을 차며 말했다. “보세요, 먼지뿐이잖아요. 이런 모습은 미국이나 호주에서나 볼 수 있지 영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이 같은 현상은 영국 기상청(Met Office) 데이터에 따르면 100년 이상 만에 찾아온 잉글랜드 최악의 봄철 가뭄과 1929년 이후 가장 건조했던 1월에서 7월 기간의 결과다. 기상청은 올해 여름이 1884년 기록 시작 이래 영국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고, 기존 최고 기록이던 2018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대째 바튼 가족이 운영하는 매너 팜(Manor Farm)의 소고기 고객으로는 고급 슈퍼마켓 웨이트로즈(Waitrose)와 레스토랑 체인인 호크스무어(Hawksmoor) 등이 있다.

잉글랜드 전역의 많은 축산 농가들과 마찬가지로, 바튼 역시 올해는 겨울용 비축 사료를 예정보다 훨씬 빨리 꺼내 써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고, 이에 따라 비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두 달 전 방목을 포기한 바튼은 현재 자기 소들이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매일 두 차례씩 사일리지(silage), 건초(hay), 곡물(cereals)을 섞은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 떼는 여전히 굶주린 상태로 남아 있으며, 먹이를 먹고 난 뒤에도 더 많은 먹이를 얻기 위해 들판을 가로지르며 그의 트랙터를 뒤쫓는다.

바튼의 처지는 영국 전역의 축산 농가들이 처한 더 큰 위기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많은 농가가 이미 낮은 이윤 폭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동물들의 복지와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영국 농업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영국의 소고기 생산 규모는 40억 파운드(약 54억 달러)가 넘었다. 바튼은 현재 이맘때 평소보다 일주일에 약 100파운드(약 1351달러)를 추가로 먹이 구입 비용에 지출하고 있다.

대개 판매 가격과 직접 연동되지 않는 추가 생산비용 때문에, 그는 올겨울 큰 손실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는 “불행히도 내가 직접 이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는 또한 영국의 식량 안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생산 비용이 상승하면서 이미 올해 급등한 식료품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달 초 발표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영국의 식료품 가격은 작년보다 4.9% 상승했다. 소고기 가격은 이 중 주요 상승 요소 중 하나다.

딸기와 라즈베리 같은 일부 경작 농가들은 화창한 봄 덕분에 풍작을 거두었지만, 브로콜리, 양배추, 콜리플라워 같은 배추류 농작물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급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영국 농민연합의 전국 축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튼은 영국 정부가 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축산업계는 상속세 규정의 개정 제안으로도 타격을 받고 있다.

그는 정부가 올 초 토지를 조기에 방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환경 관련 규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바튼은 재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일부 농가들이 결국 자신들의 가축 수를 줄일 수밖에 없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는 “농민들이 번식할 수 있는 암소의 숫자를 줄이는 결정을 내릴까 봐 정말 걱정됩니다. 그것만큼은 피해야 하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