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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도 섬에 우뚝 솟은 태극기…K시네마, 13년만에 황금사자상 품나
82회 베니스영화제 개막
11일간 대장정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경쟁부문 초청작 21편과 다퉈
황금시간대 상영…수상 기대감
한국 영화 리메이크 '부고니아'
개막작 '라 그라치아' 등 주목
11일간 대장정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
경쟁부문 초청작 21편과 다퉈
황금시간대 상영…수상 기대감
한국 영화 리메이크 '부고니아'
개막작 '라 그라치아' 등 주목
27일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린 팔라조 델 시네마엔 40여 개의 영화제 공식 참가국 국기와 함께 태극기가 걸렸다. 미국 프랑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영화 생산지인 만큼 매년 게양돼 왔지만, 이날 마주한 태극기는 예년보다 유난히 힘차게 펄럭였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경쟁 부문에 초청되면서다. 이날 박 감독이 레드카펫을 밟는 순간, 13년 만에 황금사자상 경쟁에 복귀한 한국 영화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깃발로 의미를 되찾은 것이다.
◇칸, 베를린보다 올해는 베니스
베니스는 프랑스 칸, 독일 베를린과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묶이지만, 국내 영화 애호가들에겐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고(故) 김기덕 감독이 2012년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뒤론 한국 영화와 인연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꿈의 무대’로 각인된 칸이나, 홍상수 감독의 단골 무대이자 사회·정치적 이슈와 예술적 실험에 강점을 보이며 한국 독립·예술영화 진영과 맞닿아 있는 베를린과 비교하면 대중적 관심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박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인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소설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도끼>를 원작 삼아 박 감독만의 영화적 미장센을 섞은 작품이다. 중년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가족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키려 재취업을 결심하고 구직 경쟁자를 제거하는 이야기가 얼개다. 오래전부터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애정을 쏟아 완성한 만큼, 베니스영화제도 눈여겨봤다. 알베르토 바르베라 영화제 예술감독은 앞서 “박찬욱은 올해 초청작 명단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감독”이라고 했다.
◇‘어쩔수가없다’ 수상 기대 높아
수상 가능성을 점칠 만한 시그널도 감지된다. 월드프리미어(세계 첫 공개) 공식 상영이 29일 오후 9시45분으로, 프라임타임으로 불리는 금요일 밤 황금시간대에 배치됐다는 점에서다. 프라임타임 상영이 수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제를 찾은 전 세계 언론과 시장 관계자, 영화 애호가들이 가장 주목할 시간에 상영시간표를 짠 것 자체가 베니스가 올해 전면에 내세울 작품 중 하나로 택했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2023년 영화 ‘가여운 것들’이 영화제 금요일 프라임타임에 상영됐고, 그해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현지 기대도 상당하다. ‘어쩔수가없다’가 올해 영화제의 테마인 ‘괴물’과 어울린다는 점에서다. 앞서 바르베라 예술감독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의 영화제 ‘필 루즈(fil rouge·실마리)’는 괴물과 마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쩔수가없다’가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괴물을 은유했다는 점에서 경쟁작인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프랑켄슈타인’과 함께 테마에 부합한다는 관측이다.
이날 개막한 베니스영화제는 다음달 6일까지 11일간 리도섬 일대에서 펼쳐진다. 황금사자상 등 주요 부문 수상자는 폐막식에서 발표한다.
베네치아=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